아나운서가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최근 지상파 방송 3사의 김경란·이정민·김지연 아나운서가 라이선스 남성잡지 아레나 9월호에 섹슈얼한 포즈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회사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아 소속 방송사에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스 유니버스대회에 출전한 김주희 SBS 아나운서나 현대가(家) 자제와 결혼하는 노현정 KBS 아나운서의 경우 범법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개인의 선택이기에 말을 보태고 싶진 않다 .다만 연일 반복되는 ‘아나운서에게만 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가’와 ‘아나운서의 신뢰성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쟁이 소모적으로 여겨질 따름이다.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정체성이 날로 모호해지는 게 현실이다. 방송사별로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도 다르다. 기자들은 호시탐탐 뉴스 앵커나 MC 자리를 노리고, 개그맨·가수·탤런트들은 ‘러브콜’을 받으며 프로그램 진행자로 속속 입성한다. 고전적 아나운서들의 위기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아나운서의 스타(혹은 연예인) 지향적인 태도가 돌출하고 있다. 이럴 바에야 정확한 전달이 중시되는 뉴스용 아나운서와 엔터테인먼트 지향적인 예능용 MC를 분화해 채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텃세에 밀려 흐지부지되긴 했으나 한때 MBC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문 MC 채용으로 허수경·김주연·박정숙이 각종 예능프로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됐던 전례가 있다. 이 경우 아나운서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고 입지축소 불만을 걸러낼 수 있다. 유명인사이기에 유혹이나 기회가 많겠지만 아나운서는 저널리즘 영역에 발을 걸친 존재다. 자신의 입지나 이미지를 훼손할 경우 공익성과 신뢰성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며칠 전 KBS 교양국 소속 한 PD가 털어놓은 말이 귓전을 맴돈다. “명색이 방송사를 대표하는 아나운서인데 명품 론칭쇼나 패션쇼에 얼굴을 내민 뒤 기념품을 받아가거나, 아르마니·베르사체·프라다·샤넬을 휘두르는 게 ‘자기 품위’라고 여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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