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소녀와 미군의 사랑 그려...무대 위 실제 헬기 뜨는 장면 압권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인 ‘미스 사이공’(다음달 28일∼8월 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9월 1일∼10월 1일 세종문화회관)이 드디어 국내에서 초연된다. 푸치니 ‘나비부인’의 현대 버전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 당시와 그 이후를 배경으로 미국 군인 크리스와 베트남 소녀 킴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무대 위 실제 헬기가 뜨는 장면과 동양적 이미지가 가득한 무대가 서구인들의 찬사를 받아왔다.주인공 킴과 크리스 역은 신예 김보경(24)과 재미동포 마이클 리(33)가 맡았다. 극중 넘버 ‘세상의 마지막 밤’을 열창하던 남녀는 어느새 악보를 하나로 포갠 채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노래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김보경-“베트남 사람 닮았다네요”‘미스 사이공’의 음악을 들으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는데 꿈이 현실이 되니 정말 가슴이 벅차요. 6남매의 막내인 제가 배우가 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신 부모님 때문에 대전에서 30만원만 들고 상경했었는데 이렇게 큰 역할을 맡게 되다니 말이에요.캐스팅이 확정되고 나니 주변에서 ‘베트남 여자같이 생겼어’라는 소리도 하더라고요.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한 여인이지만 강한 모성애와 생활력을 가졌다는 점이 작은 체구에 깡다구 있는 저와 닮았나봐요.특히 어려운 점은 전쟁의 참상에 대한 공감이었어요.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김)아선 언니와 자주 만나 가사와 분위기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했어요. 요즘은 ‘플래툰’ ‘풀메탈자켓’ 등 전쟁영화를 보며 감정을 다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킴이 투이를 죽일 때나 전쟁의 악몽에 괴로워하는 부분이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어요.▲마이클 리-“한국어 개인 수업중”무엇보다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서 연기하게 돼 기쁩니다. 제작발표회 후 뉴욕으로 돌아가 한국어 개인지도를 받고 지난 6일 입국했어요. 이제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는데 말하는 건 아직……(웃음). 저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 ‘미스 사이공’의 토니 역이라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노래들은 아주 익숙한데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부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배우로서 가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고요. 특히 ‘으’와 ‘어’를 구분하는 것과 ‘ㅆ’ 발음이 너무 어려워요.또 하나, 미국에서 공연할 때는 관객들이 미국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봤지만 한국 공연은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트남 전쟁을 표현한 작품에 한국 국민의 공감대가 더해져, 아시아인 희생자와 약자의 시선에서 해석한 새로운 반응이 기대되거든요. 물론 모국에서의 공연이 저희 가족에게도 큰 영광이고요.아버지, 형이 모두 의사라 저도 의대에 진학했는데 어느 날 배우가 되겠다고 해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어요. 하지만 제가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 나를 잡아 이끈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운명이겠죠.함께하는 보경씨나 아선씨 둘 다 아름답고 특별해 마치 사과와 오렌지처럼 어느 쪽이 낫다고 비교할 수가 없어요. 젊고 도전적인 저희가 그려갈 ‘미스 사이공’, 많이 사랑해 주세요.* 쇼트 히스토리마이클 리1973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 스탠퍼드 의대 진학. 학생 뮤지컬 프로덕션 ‘플릿 스트릿 싱어스’ 입단. 94년 ‘미스 사이공’ 오디션 합격. 98년 ‘퍼시픽 오버처’의 야새몬 역으로 젤란드 어워드 베스트 앙상블 수상. 이듬해 천안문사태를 다룬 록 오페라 ‘베이징 스프링’으로 LA 오베이션 어워드 베스트 뮤지컬 배우후보에 오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렌트’ ‘듀엣’ ‘알라딘’ 출연. 편안한 미소와 겸손한 눈빛이 매력 포인트.김보경1982년 서울 출생. 6남매 중 막내.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혜천대 성악과 입학. 졸업하던 해 뮤지컬 오디션에 응시했고 2003년 어린이 뮤지컬 ‘인어공주’의 성냥팔이 소녀로 배우 활동 시작. ‘유린타운’의 리틀 샐리와 ‘아이다’의 네헤브카를 맡아 개성 강한 조연연기 펼침. 낭랑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독창적이라는 평가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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