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고교시절 프로그램 개발...수조통 발송 … 학비 마련 또 범행
수년 전 ‘스팸여왕’으로 악명을 떨쳤던 스팸메일 발송자 ‘김하나’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김하나’는 여성이 아니라 대학을 휴학하고 현재 병역특례로 방위산업체에 근무 중인 21세 남자로 밝혀졌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0일 ‘스팸여왕 김하나’로 네티즌들 사이에 악명을 떨쳤던 박모(21)씨와 권모(27)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2003년 부산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박모씨는 ‘김하나’라는 가명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hotmail) 계정을 자동으로 생성해 스팸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윈도 운영체제용 개발 언어인 ‘델파이’를 2개월간 연습하면서 만든 습작 프로그램이었다.◆ 업자에 120만원에 팔아박씨가 이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만난 업자 4명에게 팔아 챙긴 돈은 고작 120만원이었지만 그 여파는 너무나 컸다. 이 프로그램이 당시 온갖 음란물 광고, 대출 안내 등을 보내던 스팸 발송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김하나’라는 이름이 ‘스팸의 여왕’으로 통하게 됐다. 2003∼2004년 ‘김하나’ 스팸 프로그램으로 발송된 e-메일은 수조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일이 생각보다 커지자 겁을 먹은 박씨는 스팸 프로그램 제작과 판매를 중단했지만 서울 소재 모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뒤부터 이를 재개했다. 등록금과 학비를 대고 용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 현재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그는 지난해 봄 대학을 휴학하고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도 직장 선배 권모씨와 함께 스팸 발송 프로그램 제작을 계속했다.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의 서버 318대를 해킹한 뒤 이를 ‘숙주’로 만든 뒤 네트워크로 연결해 스팸을 ‘분산 발송’하는 신종 수법도 개발했다.박씨와 권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9∼12월 100여 차례에 걸쳐 16억 통의 스팸을 보냈고 여기에 금융기관을 사칭해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피싱’ 수법까지 가미해 1만2000여 건의 상세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적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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