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최근 경기 개선에도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저물가 수수께끼' 현상에 대해 "중앙은행은 정책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보다 깊이있는 분석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세계 경제가 모처럼 반등하고 있음에도 물가는 이상하리만치 오르지 않고 있는데 따른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경기를 살리고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 대응했는데, 물가는 생각만큼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부총재는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동학의 변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경기와 물가간 상이한 변동 행태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부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는 오랜 둔화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수행한데 힘입은 바 크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낮아진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최근 이주열 총재도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던 이슈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기와 물가간 관계가 많이 약화된 것은 전세계 중앙은행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면서 “유념해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필립스곡선이 비판의 중심에 서있다. 실업률과 물가는 상충 관계에 있다는 이론인데, 둘 사이의 관계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필립스곡선의 평탄화(Phillips curve flattening)’ 현상이다.
윤 부총재는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경기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낮은 물가 수준이 지속됨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축소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물가목표에 안착시키는 과제와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하는 과제 사이에서 정책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