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관람객 2배, 생산유발 10조 ‘경제 올림픽’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유발하는 효과는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세계 각국이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거는 걸까. “2012엑스포는 대한민국 전체를 마케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나라가 처음 여수엑스포 유치에 나섰을 당시 경제효과 조사보고를 총괄했던 김도훈 산업연구원 무역통상팀장의 말을 들으면 그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간다. 실제 스페인 세비야(1992년), 독일 하노버(2000년), 일본 아이치(2005년) 등 최근 10여 년 사이에 열린 엑스포에는 통계치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1500만~700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10조원 대를 웃돌았다. 총 105회에 걸쳐 개최된 엑스포의 76%(80회)가 미국(30회), 영국(14회), 프랑스(12회), 일본(4회) 등 선진국에서 열렸던 이유가 여기 있다. ◆ ‘경제 올림픽’ 세계엑스포…10조원 생산유발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히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스포츠 장르에 국한되는 반면, 엑스포는 경제·사회·정치·문화를 총망라한다는 점에서 ‘판 크기’가 다르다. 엑스포를 ‘경제 올림픽’ ‘경제 월드컵’ 등에 비유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팀장은 “상주 전시관을 갖고 있는 엑스포와 특정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체육행사는 경제적 이펙트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그 효과를 계량화해 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이미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있지만 엑스포 개최의 파급효과는 이들에 비해 훨씬 덩치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 규모와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가 크게 달라진 점을 감안할 때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와도 다른 차원의 기대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먼저 여수엑스포 추정 관람객 수는 795만 명(외국인 43만 명 포함)으로 88올림픽의 290만 명과 2002월드컵의 350만 명의 2~3배 수준에 달한다. 행사기간도 올림픽 16일, 월드컵 1개월보다 훨씬 긴 3개월 정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가 확정될 경우 국내 생산유발 효과는 10조294억원에 이르고 4조원의 부가가치와 8만8946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엑스포 때 3조1000억원의 경제효과와 1조3000억원의 부가가치, 21만명의 고용이 창출됐는데 이를 2007년 경제상황으로 환산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치다. ◆ 지역경제 살리고 국토 ‘균형발전’ 기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개최지 여수가 속해 있는 전남지역의 경우 6조5683억원, 인접지역인 경남과 부산도 각각 7843억원, 347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측됐다. 엑스포가 열릴 경우 총 9만여 명의 고용이 창출돼 취업난 해소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엑스포가 지역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사례는 1998년 포르투갈 리스본 엑스포다. ‘바다-미래를 위한 유산(Oceans-A Heritage for the Future)'을 주제로 열린 당시 엑스포는 폐유저장소와 쓰레기단지였던 리스본 지역을 최첨단 상업단지, 관공서 단지로 탈바꿈시켰다. 1995년 일본 스쿠바 엑스포 역시 개최지를 첨단 과학단지로 발전시켰고, 세계적 랜드마크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파리 엑스포의 산물이다. 전남 여수도 엑스포를 계기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변모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엑스포 부지로 예정된 여수항 일대가 국제 관광레저단지 및 해양 관련 첨단과학기술 전시 항만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수산업, 선박, 항만, 해양과 관련된 전통산업에 무선통신, 유비쿼터스 기술 등 첨단 IT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국내 해양과학기술이 한 단계 진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폐막 이후 모든 전시장을 철거하던 과거와 달리 엑스포 사후시설을 재활용하고 있는 최근 추세를 볼 때 이 같은 전망은 더 설득력을 갖는다. 국도 17호선 대체 우회도로 개설과 여수공항 확장을 비롯한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으로 지역 발전이 30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엑스포, 21세기 한국 산업·사회·문화 전시장 될 것” 엑스포 개최 의미가 경제적 측면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엑스포는 우리나라 산업·사회·문화의 ‘장점’들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국가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문화·예술 중심국가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는 데 ‘엑스포’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한다. 일본이 1970년 오사카 박람회에서 하이테크 산업을 집중적으로 전시해 패전국 이미지를 벗고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같은 예다. 개최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계의 최신 산업동향, 첨단기술, 다양한 문화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종류의 체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수엑스포가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이라는 주제를 통해 단순한 환경보존 담론을 넘어 해수면 상승, 연안오염, 생태계 파괴 등 지구환경 문제 전반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인류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한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축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여수선언’과 1000만 달러를 펀딩해 개발도상국들이 환경 재앙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여수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류의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라는 국가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개최되는 엑스포라는 점을 활용해 ‘세계평화'에의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여수엑스포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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