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인터넷 문화를 만들려면 최소한 누가 올린 글인지 확인할 방법은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글 쓴 이의 신원확인 장치, 즉 최소한의 제한된 실명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 나봉하 인터넷정책과장은 인터넷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은 책임성 확보에 있음을 강조하며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방안이므로 모든 인터넷 활동에 실명을 쓰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최근 실명제 도입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익명성에 의한 부작용 연구반’을 구성, 익명성이 인터넷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구체적 제도 도입 방안을 1~2달 내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실명제 도입의 기본 방침은 실명 확인이 전제돼야할 공간과 익명성이 보장돼야 할 공간으로 구분해 선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 따라서 정부는 게시판 등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공간 중심으로 회원가입 등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정도로 실명제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도입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업계에 제시해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하는 방법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보다 강제성을 띠는 방법 등이 포괄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인터넷실명제를 검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 역시 증폭되고 있으나 실상 실명제에 대한 정의와 개념에 대해서는 이해가 넓지 않은 편이다. 넓게 봐서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검색과 게시판 사용 등 모든 인터넷 활동에서 실명을 의무화하는 순수한 의미의 실명제와 게시판 사용시에만 실명을 쓰도록 하는 게시판 실명표시제, 실명 정보는 관리자만 보유하고 실제 사이버 활동 시에는 아이디나 필명을 쓰도록 하는 실명확인제 등의 개념을 포괄한다. 정부는 인터넷실명제 도입과 관련, 일단 순수한 의미의 실명제는 고려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나 과장은 “모든 인터넷 활동에 실명을 의무화할 필요는 없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문제가 있는 내용의 글에 대해 신원 확인이 가능한 방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명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과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글 쓴 사람의 신원은 확인할 수 있어야 문제가 된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등 악성 글이 오르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제 도입의 당위성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향후 빈발할 피해자들의 명예훼손 등 법적 소송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아직까지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피해자들의 대응이 소극적이었지만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며 실명제가 실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관리자의 책임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5일 사이버폭력 방치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포털사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임’이 국내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은 "포털의 뉴스 댓글과 카페ㆍ블로그 등을 무대로 인신공격 등 사이버 폭력이 난무해 피해자가 늘고 있다"며 "피해 방지를 위해 댓글 삭제 등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나 포털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중요한 흐름은 지난해와 달리 누리꾼(네티즌)들의 여론이 실명제 도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분의 2 이상 누리꾼들이 찬성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서는 6028명의 응답자 중 65%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야후에서 진행한 설문에서는 무려 79%의 응답자가 찬성의견을 표시했다. 인터넷실명제 찬반의 논리는 분명하다. 즉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의 논리라면 ‘타인의 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다. 나 과장은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의견들이 여과없이 게시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혼탁한 사이버 공간을 정화하기 위해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누리꾼들의 실명제 도입 여론들이 조정되고 있으므로 제도 도입은 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IT와 정보화 선진국에 걸맞게 '건강한 인터넷 문화 만들기'의 표준을 만들어 가는데 함께 힘을 모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