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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갑시다 - 버스 타고 미술관 순례- 인사아트센
  • 뉴스21
  • 등록 2002-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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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화랑가는 대체로 강북의 ′인사동′과 ′사간동′지역, 강남의 ′청담동′과 ′신사동′의 네 개 지역 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인사동은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많은 화랑이 있으며, 항상 작가와 관람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1970년대 이후 현대적 상업화랑의 성격을 지니면서 인사동에 화랑군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강남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화랑들도 초기에는 인사동에서 문을 열고 화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기에 인사동은 한국화랑들의 근원적인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인사동에는 미술관을 찾아오는 사람보다 인사동 자체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그러한 분위기 자체도 인사동이 오랫동안 미술계의 중심에 놓인 결과로 형성된 것이겠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만 급급한 얕은 장삿속으로 인해 미술이 사람들에게 소외받고 인사동이 본연의 모습을 잃게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람들에게 미술에 관심을 갖으세요라고 소리지르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미술도 사랑하고 인사동도 번창시키고 더불어 다른 지역에 있는 미술관과 서울의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소개할 수 있기 위해서(라고 하면 지나치게 거창할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미술을 약간 소외시키고 미술의 거리를 들여다 보자는 생각에 종착을 맺었다.
일요일이면 인사동은 차 없는 거리가 된다. 그러나 단 한 대의 차는 예외이다. 서울, 특히 강북 지역의 미술관을 순회하는 미술관 순회버스가 그것이다.
1천원짜리 티켓 하나면 하루종일 아무코스나 이용할 수 있는 미술관 순회 버스는 코스별로 출발 시간이 조금씩 다르며 1시간에 1대씩 운행된다. 출발지점은 평창동, 인사아트센터이고 인사아트센터에서는 평창동으로 가는 것과 시립미술관, 성곡 미술관을 경유해 일민 미술관까지 가는 것이 있다.
총 3가지 코스로 운행되는 버스는 목적지에 갔다가 다시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므로 마음먹고 하루 미술관을 돌아다니기에 여간 좋은 자가용이 아닐 수 없다.
인사동에서 시작하는 버스를 타기 전에 정류장이 있는 인사아트센터에 우선 들어가 보기로 하자.
인사아트센터는 안국역에서 종묘방향으로 1백 여 미터 정도 되는 거리의 오른쪽에 있다. 6층 건물로 입구에 나무 계단과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왠지 세련돼 보이는 것이 간판 없이도 미술관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특별전시회와 대관전시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인사아트센터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보물이 하나 있다. (앞으로 각 미술관의 보물들을 하나씩 소개할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니면 천천히 대나무를 감상하며 나무계단으로 5층에 오르면 주변지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발코니가 있다. 서울시내에서 5층 높이면 별 것 아니지만 인사동 주변에 고층건물이 없다는 사실에 주안하면 이 곳 경치는 그야말로 모래에서 오백원짜리 동전을 주은 것과 같다.
인사동 대로에서 사이사이로 들어앉은 골목에 삐쭉삐죽 콩나물 머리 튀어나오듯 서 있는 건물들 사이로 오래된 한옥들이 보인다. 좀 더 멀리 보면 탑골공원의 울창한 나무들도 보이고 운현궁도 좀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허름한 한옥이지만 삐까뻔쩍한 시멘트 건물들이 들어서기 전부터 인사동에 들어앉아 박영효의 저택이 조각나고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이 합쳐져 인사동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을 역사의 증인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과 노란 머리의 외국사람들만 아니라면 몇 십 년 전쯤의 인사동이 쉽게 상상될 만큼 고풍스러움이 깃들여 있어 내려다보고 있다 보면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박물관 피로도 씻을 겸 잠깐이라도 앉아있으면 큰 소리로 얘기하고 싶어진다. 방학이나 주말이 아니라면 미술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어 오붓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공자처럼 옷을 훌훌 벗고 계곡에서 목욕하며 산바람을 쐬는 대신 미술관 발코니에서 바람을 쐬면서 스트레스도 보내고 운치도 즐기자. 그렇다고 푹 빠져서 전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지만. 이러다가 처음 타는 버스를 놓치겠다. 아무리 좋아도 산에 오른 후엔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법이다.
이유정 기자 iyj@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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