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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청년 정책은 당장의 고통을 줄여 주는 진통제 수준
  • 이송갑
  • 등록 2017-04-06 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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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교하게 설계된 청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한 달에 100만 원을 간신히 벌어요. 어차피 잠만 자는 공간인데, 집은 무조건 싸야 해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면 어때요.”


대학 4학년 김선하(가명·26·여) 씨의 서울살이 6년은 늘 혼자였다. 처음 5년간은 동작구 상도동의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의 4평짜리 반지하에서 보냈다. 요즘은 관악구 봉천동의 보증금 3500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산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자금 대출로 2700만 원의 빚이 쌓였다. 이자는 하릴없이 불어 간다.


그는 낮엔 학업과 취업 준비를 하고, 저녁엔 돈을 번다. 편의점, 주점, 심야 콜센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한다. 언젠가 취업에 성공해 지긋지긋한 ‘지옥고’를 탈출하는 꿈을 꾸면서. 그의 목표는 올해 취업에 성공해 ‘바퀴벌레 없고, 편안히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 딸린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다.


김 씨처럼 정부 청년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행복 사각지대’에 방치된 청년이 적지 않다. 이들이 다시 일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청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와 같은 20대 청년 1인 가구는 행복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빈곤율(중위 소득 50% 미만)은 2015년 19.5%에 이른다. 부모와 같이 살거나 혼인한 청년층의 빈곤율이 5%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거 지원 정책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행복주택, 공공임대주택 같은 주요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이 신혼부부 등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인 청년 가구에는 실질적 혜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5∼29세 청년층의 주거 형태 중 월세 비중은 2000년 13.2%에서 2012년 35.3%로 늘었다. 소득이 적은 상황에서 다달이 지출해야 할 주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생활비와 학자금 때문에 불어난 빚은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의 1인당 부채는 4000만 원으로, 4년 전보다 1200만 원 불어났다. 늘어난 빚을 갚으려면 취업을 해야 하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인턴으로만 4개 회사에서 2년의 경력을 쌓은 이모 씨(27·여)는 “인턴으로만 전전하다 보니 ‘부장 인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인턴 경력만 많은 게 오히려 취업에 독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15∼29세 청년들의 실업률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9.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8월 현재 15∼24세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남성은 52.5%, 여성은 47.1%다. 2003년과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 연령대는 청년층과 60대 이상 노년층밖에 없다. 취업난에 최저임금으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이 많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청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임금 보전, 청년 복지 수당 지급 등의 대안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 사각지대의 빈곤 청년들을 일으켜 세우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수혜자의 약 70%가 중산층 이상 가구에 속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으며 홀로 살아가는 빈곤 청년을 핀셋으로 골라 지원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빈곤 완화를 위한 최저임금 상승은 비효율적”이라며 “근로장려금(EITC) 등이 적은 비용으로 청년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지원금이 청년이 아닌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인건비 보조금 등으로 새 나가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책정된 고용촉진지원금을 받은 기업의 절반이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자이며, 이 중 36%가 반복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시장이 급변하면서 취업 정보 제공과 상담 등 고용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전체 일자리 예산의 4%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도록 시장이 원하는 기술과 구직자의 직무 역량 간의 격차인 ‘스킬 갭(Skill gap)’을 줄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해 17개 부처가 55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 비교 평가도 없는 실정이다.


중소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업한 이모 씨(27)는 “프로그래밍 관련 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땄는데 업무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라며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수준을 공개하고 학생들이 이를 배울 수 있게 지원하면 취업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현재의 청년 정책은 당장의 고통을 줄여 주는 진통제 수준”이라며 “청년들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청년 투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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