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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이 구직 사이트에 올린 개인 정보가 범죄에 악용
  • 조병초
  • 등록 2017-02-27 11: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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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기업 회원들에 대한 관리 강화필요



취업 준비생 박모(여·22)씨는 지난 9일 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와 사진을 올렸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 카카오톡 계정으로 한 남성이 '이력서 보고 연락한다. 토킹 바텐더(손님과 대화하는 술집 종업원) 하실 생각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유흥업소라고 생각한 박씨가 거절했더니 이 남성은 "가게에서 일하라는 게 아니다. 나랑 단둘이 술자리 하면 바로 시급 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조건 만남'을 제의한 것이다. 박씨가 '일자리 구하려고 사진 올렸다가 모욕적인 일을 당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취준생이 구직 사이트에 올린 개인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구직 사이트에 올리는 이력서에는 증명사진과 휴대전화 번호, 학력 등 구체적인 개인 정보가 담겨 있다. 이런 정보가 범죄 조직이나 퇴폐업소,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직 사이트에서 사업자로 등록하고 한 달에 몇 만원의 이용료를 내면 누구나 '기업 회원' 자격으로 취준생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다.


취준생 정모(여·26)씨는 지난 설 연휴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이력서를 공개했다가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 업체는 "보수는 회당 20만원이고 방송 수위는 조절 가능하다"며 변태적인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정씨는 "이력서를 공개했더니 수시로 이상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며 "취업 못한 것도 서러운데 이런 취급까지 받게 돼 너무 서글펐다"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에 이용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일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취준생 조모(여·22)씨는 이틀 뒤 덴마크계 시계 회사라는 곳에서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드디어 취업했다"는 마음에 들떠있던 조씨에게 이상한 요구가 이어졌다. "보안 문제로 출입증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현금카드와 통장을 보내라고 한 것이다. 이름 있는 업체이고 자기 통장에 돈도 없었기 때문에 조씨는 별 의심하지 않고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내줬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 후 연락을 끊었다. 며칠 뒤 조씨 통장에는 거액이 입금됐다가 바로 인출된 기록이 남았다.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을 쓴 것"이라며 "피해 신고가 접수될 경우 소환돼 조사받을 수 있다"고 했다. 조씨는 "하루아침에 범죄를 도운 공범이 된 것 같아 너무 당황스럽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들은 "구직자가 원치 않으면 이력서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 회원으로 등록할 때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확인하고, 의심 업체는 블랙리스트로 관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강다은(여·29)씨는 "일자리가 급한 입장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겠냐"며 "혹시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취준생은 취업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개인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직 사이트들이 취준생의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기업 회원들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취업 전에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만 요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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