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마트 내 계산 직원들 누구도 자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 없어
  • 장은숙
  • 등록 2017-02-24 10:08:51

기사수정
  • 독일에서 손님이 있든 없든 앉아서 일하는 게 일반적


21일 오후 기념품을 사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를 찾은 독일인 벤(32)씨는 계산을 하는 도중 고개를 갸웃했다. 계산대 앞 직원들이 쉴새 없이 바코드를 찍고 있는 가운데, 한 켠에 치워진 간이 의자를 가리키며 “왜 굳이 저렇게 서서 일을 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실제 마트 내 계산 직원들은 누구도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독일에서는 손님이 있든 없든 앉아서 일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근로자들이 앓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전국 대형마트 근로자 1,2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려 877명(70.8%)이 요통이나 어깨 결림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발바닥 통증인 족저근막염을 호소하는 이들도 312명(34.4%)에 달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한시도 앉을 틈도 없이 계산대에 서서 일하는 직원들은 발바닥이나 허리 등의 고질적인 질병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20일과 21일 양일간 본보가 서울 시내 대형마트 5곳을 돌아본 결과, 마트의 계산 직원들 가운데 자리에 앉아 일하는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시식코너 등이 위치한 내부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번 근무에 들어가면 3시간 기본적으로 서 있지만 의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50)씨는 “어차피 의자는 앉지도 못하고 거슬리기만 할 뿐”이라며 “여기서는 옆에다 치워두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잠깐 앉기라도 하면 “건방지다”는 손님 항의가 빗발치는데 누가 자리에 앉을 수 있겠냐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마트도 이를 은근히 강요하고 있다. 마트 근무 3년차인 이모(48)씨는 “교육 때마다 ‘고객들이 (앉아서 근무하는 직원을) 싫어하는 것 아시죠’라고 하거나, 아예 교육 시간에 ‘앉으면 안 된다’고 금지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앉아있는 직원이 없는지 감시하며, 주의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업무평가에서 감점을 받고 상여금이나 성과급 삭감, 기피부서 발령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들이 힘들어하는 건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서서 응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인식이다. 지난 2008년 노동ㆍ여성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앉을 권리’를 주장하며 전국적으로 의자 비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그 결과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사업주가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80조 의자의 비치)이 새롭게 주목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되도록 이들의 ‘앉을 권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달라진 거라곤, ‘사용할 수 없는’ 의자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뿐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단순히 앉고 서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는 얼마나 마트 직원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트의 한 직원은 “3~4시간 서서 일한 뒤에는 마음 편히 앉아 물 한 잔 마실 휴게실조차 마땅치 않다”며 “무엇보다 제도보완과 함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마트 직원은 “요즘 인력을 줄이다 보니 오전에는 계산대를 두세 개 정도만 운영해 중간에 4시간 가까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방광염을 앓는 동료들이 다수”라며 “잠깐 앉아 쉬는 직원들을 보더라도 건방지다고 할 게 아니라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라고 이해하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인사] 경찰청 ◇ 치안감 승진 예정▲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심의관 송영호 ▲ 〃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 이재영 ▲ 〃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 신효섭 ▲ 서울특별시경찰청 경비부장 김병기
  2. 포천시 소흘도서관, 3월부터 ‘다독다독 독서퀴즈’ 운영 포천시립소흘도서관은 독서 생활화와 지역사회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오는 3월부터 어린이, 청소년·일반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다독다독 독서퀴즈’를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도서관 북큐레이션 코너에서 선정 도서를 읽고 퀴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경험을 ‘이해와 사고’로 확장해 독서의 재미와 몰입...
  3. 속초시, 설 연휴 기간 아이돌봄서비스 정상 운영 속초시가 설 연휴 기간에도 아이돌봄서비스를 정상 운영하며 맞벌이 가정 등 양육공백을 줄이는 데 힘을 쏟는다.아이돌봄서비스는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다. 시는 설 연휴 기간인 2월 15일부터 18일까지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운영을 유지한다.이번 연휴 기간에는...
  4. 청년스테이지ON 2026년 사업 설명회 개최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2월 12일 오후 7시 ‘2026년 청년스테이지ON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올 한해 지역 청년 문화예술인을 위한 지원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하였다.    이번 설명회에는 청년 예술인, 기획자, 문화예술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2026년 사업 방향, 지원 규모, 참여...
  5. 남목노인복지관, S-OIL과 함께하는 난방유지원사업 실시 남목노인복지관[뉴스21일간=임정훈]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 남목노인복지관(관장 황상선)은 2월 9일(월) ~ 2월 13일(금)까지 울산 동구 지역 에너지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S-OIL과 함께하는 난방유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S-OIL의 후원과 울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를 통해 추진됐으...
  6. 동구 전하체육센터 유아놀이실 새단장 완료, 재개소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전하체육센터 내 유아놀이실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오는 2월 23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유아 놀이시설 새단장 사업은 전하체육센터 1층 시설 개선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동구는 특별조정교부금 14억 원을 들여, 예전 돌고래 역도단이 쓰던 공간을 재배치하고 이용객 편의를 위한 휴게...
  7. HD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찾아가는 안전 YOU 퀴즈’로 현장 안전의식 제고 조선사업부 선행도장부[뉴스21일간=임정훈]선행도장부(부서장 박상식)는 현장 중심의 소통형 안전활동 강화를 위해 ‘안전 텐션업 데이’ 활동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안전 YOU 퀴즈’를 실시하고 있다.이번 안전 퀴즈는 매주 수요일 오후 TBM(Tool Box Meeting) 참관 후 진행되며, 부서장과 운영과장(박민석 책임)이 함께 참석해 현장 근로자들과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