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민간 출판인쇄문화와 독서열풍을 이끌었던 태인방각본(泰仁坊刻本내)을 집중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정읍시립박물관이 제9회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조선출판․인쇄문화의 Pandora, 태인방각본’이 그것이다. 오는 5일 오전 10시 개막식을 갖고 6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가는 이번 전시회는 11월 6일까지 이어진다.
태인 방각본(坊刻本)은 조선시대 태인지역에서 민간 출판업자가 제작 및 판매를 통해 만든 책을 말한다. 시립박물관에 따르면 태인 사람 전이채가 1796년(정조 20)에 ‘상설고문진보대전 후집’을 발간, 올해는 태인방각본이 탄생한지 2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시립박물관은 “뜻깊은 해를 맞아 서울 경판본, 전주 완판본과 함께 조선후기 방각본 출판을 주도한 태인방각본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서 기획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이 지역 출신으로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고려시대 ‘불조직지심체요절’을 정리한 고려 말의 승려 백운화상 정운스님을 기리기 위한 유물도 선보인다.
전시유물은 태인 방각본 111점과 태인 옛 책 30여 점, 다른 지역의 방각본 30여 점이 , 그리고 직지 관련 유물 5점이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조선시대 베스트셀러, 태인 방각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태인 방각본의 출현 배경과 특징을 조명한다. ’상설고문진보대전‘, ’증산염락풍아‘, ’사문유취초‘, ’대명율시‘, ’공자통기‘, ’효경대의‘, ’공자가어‘, ’농가집성‘ 등 태인 방각본 15종을 만날 수 있고, 이들 고서를 누가, 언제, 어디에서, 왜 제작했는지 설명한다.
▴제2부 ‘태산선비문화의 꽃, 태인 옛 책’에서는‘고현동 향약’과 ‘임계기사’ 등의 사가판본, 무성서원 자료를 중심으로 한 서원판본, ‘묘법연화경’ 사찰판본 등 태인 방각본 출판 전후 간행된 여러 가지 옛 책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제3부 ‘다른 지역의 방각본’에서는 태인 방각본의 책판을 재사용하여 서울과 전주, 대구에서 간행한 책을 소개한다. 전주의 ‘유충열전’을 비롯하여 ‘열녀춘항수절가’, ‘심청전’등의 한글 소설류와 1900년대 활판인쇄술에 의한, 소위 ‘딱지본’도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다.
▴제4부 ‘직지의 편저자 백운화상을 기억하다’에서는 방각본이 성행하기 이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이른바 ‘기록문화 활동’을 다룬다. 특히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의 편저자인 고부 출신 백운화상과 산내면 용장사에서 1635년에 간행된 14권 중 일부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전시기간 방각본토크쇼를 비롯 방각본 목판 제작 이야기와 옛 책 만들기, 방각본 체험활동지, 3D프린팅 인쇄체험 등 다양한 연계행사도 추진된다.
김생기시장은 “정읍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냈던 기록보존의 성지이자
태인이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 전라도 감영이 있었던 전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선시대 민간출판인쇄문화를 이끌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인쇄․출판의 성지“라며 ”이처럼 자랑스럽고 뜻깊은 정읍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조명함은 물론 새롭게 계승발전 시키기 위해서 기획특별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시립박물관은 “태인방각본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깊이 있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읍 태인지역에서 조선후기에 성행한 태인 방각본의 위상과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이번 특별전에는 원광대학교 박순호 교수와 정읍시청 유훈 담당, 방각본에 대한 고견을 주신 전북대 이태영 교수의 도움의 컸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내장산문화광장 진입로에 자리하고 있는 시립박물관에서는 상설 전시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매년 유서 깊은 정읍의 역사를 알리고 소개하기 위한 특별 기획전시회를 마련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