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 아직도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차 노조는 성과도 없 성과급을 요구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등산객들과 사찰은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들은 개혁차원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믿지 못하고, FTA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진정성을 불신하고 있으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판사에 대한 석궁테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불신의 상황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경제분야 곳곳 불신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해왔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이를 믿지 않았다.이에 따라 참여정부는 2003년 2월 출범 이후 평균 5∼6개월에 1건씩 모두 9건에 이르는 부동산정책을 발표해야 했다. 정부가 최근 1.11 부동산정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방안에 합의한 것도 또 다른 신뢰상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기업의 기본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가 여당의 강력한 요청이 지속되자 이를 수용하고 말았다. 정부가 '원칙'을 버리고 '힘'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줬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않고 있다.정부가 이해당사자들설득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정부 부처별로도 FTA 관련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의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걸핏하면 파업하는 현대자동차 노사의 불신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노조원들은 회사측이 1998년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등 신뢰를 못줬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성과도 없이 성과급을 달라고 떼를 쓴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제대로된 개혁안을 확정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강호인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은 "한국이 법규.질서를 제대로 지키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외국 유학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국내 교육에 대한 불신의 결과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 정치.사법분야에서도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최근의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석궁테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도 많다.법원.검찰간의 영장 갈등, 고법 부장판사 연루 법조비리, 대법원장의 수임료와 탈루 논쟁 등으로 사법부가 권위와 믿음을 잃은 것도 이번 테러사건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제안의 진정성을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국민은 믿으려 하지않고 있다.노 대통령은 급기야 `언론의 담합 행태' 가능성을 언급해 언론과 충돌을빚었다. 윤혜순 한국싸이버대학교 교육학부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참여정부 이전에도 심각했다"고 전하고 "그러나 이제는 지도자들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국립공원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등산객과 사찰측과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사찰측은 "등산로는 사찰 경내이므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등산객들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등산만 하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 사회통합 없이 선진국 도약 어려워 한국은 6.25전쟁, 급속한 도시화,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상호 불신이 깊어졌으며 근래 들어서는 민주화.탈권위.탈이념의 진전과 함께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그러나 한국이 불신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구성원 상호간의 자발적인 협조와 신뢰가 있어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결합, 아이디어와 자본의 결합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비전2030 민간작업단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부상한 아일랜드는 198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사회협약을 통해 노사관계를 안정시켰고 야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등 사회통합에 성공했다.노르웨이에서도 노동계는 임금인상을 자제했고 기업측은 실업을 줄였다. 정부는 환율안정에 노력했으며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금융부분을 자유화했다. 반면, 대만은 1992년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11년간 정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정권교체 후 정치혼란이 지속됐고 노사분규와 지역갈등이 급증했다.지도력 부재로 국가의 역량을 집결할 구심점도 없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미국의 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내부 신뢰가 없으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혈연.학연.지연의 범위를 넘으면 신뢰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정 전무는 "아시아의 유교문화권 국가들 가운데 일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 만큼 한국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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