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폭력시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경찰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3차 집회 불허조치를 철회하라고 권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질서와 시민불편을 무시한 채 집회·시위의 자유만 강조한 편향된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FTA 반대 1차 집회가 폭력사태로 번진 데다 대규모 도심 집회 허용 시 교통체증 등 시민 불편이 불가피해 집회를 불허한 만큼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인권위는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지난 6일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개최하려던 제3차 한미 FTA저지 국민총궐기대회에 대한 경찰의 금지 통고를 철회하라고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인권위는 집회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 헌법의 기본권 중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본질적인 권리라며 범국본과 경찰이 양해각서를 맺는 등 평화적 집회 개최를 조건으로 금지 통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불법·폭력시위 추방에 대한 여론을 무시한 채 인권만을 앞세운 권고라는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인권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가 시위행태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집회를 금지한 경찰 조치는 타당하다면서 인권위 결정은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만 생각하고 집회로 생업의 피해를 보는 다수 시민의 권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폭력을 일삼는 시위대의 인권이 평화와 자유롭고 해맑게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보다 소중하단 말인가라고 성토했다.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설립 이후 그동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종교적 병역거부 허용,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서 파격적인 권고안을 쏟아냈다. 이런 권고안은 사회 각계에 큰 파장을 불렀고, 사안에 따라서는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와도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NAP는 그동안 나왔던 의견이나 권고들을 종합한 것으로써 인권위의 시각이 너무나 이상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 직권중재 폐지, 성전환 수술의 국민건강보험 적용 등은 소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다수인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다. 이제는 인권위가 현실을 반영한 권고안을 내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현실감 없는 권고안들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K대학교 최교수는 인권위가 그동안 내놓은 집회·시위의 장소와 시간 제한 폐지, 非정규직 고용 제한 등의 주장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불법 시위로 인해 생업을 망치고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득권 노조에 의해 착취 받고 있는가를 염두에도 두지 않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인권이 침해당했을 경우 법원에 호소할 수 있고, 또 행정에 의한 피해를 봤다면 고충처리위원회나 감사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해 예산 수백억원씩 들이면서 인권위를 더 이상 존속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 5주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를 확고히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관으로서 어설픈 일처리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인권위는 정부기관 내에서조차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기관들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 인권위가 너무 앞서 간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상황에서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기관으로 위상을 확보하고 강제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도덕적 권위의 회복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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