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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부대원들은 민간인…동료 살해 명령도
  • 서민철
  • 등록 2006-07-14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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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과거사진상규명위 발표…중정 주도로 창설
1968년 북파공작을 위해 만든 실미도부대의 부대원들은 사형이나 중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이 아닌 민간인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훈련 중 탈영이나 규율 위반을 이유로 7명이 사망했으며, 이들은 지시를 받은 동료들에 의해 살해되는 등 아무런 법적 절차없이 죽어갔다. 중앙정보부와 공군 상급부대는 가족들에게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들을 임의로 화장해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의 ‘실미도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미도부대는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 사건의 대응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중앙정보부 주도로 창설됐으며, 공군은 부대관리 책임을 맡았다. 당초 모집관들은 사형수 등을 모집하려고 했으나 법무부가 사형 집행 후 사체 인도 의무로 인해 사형수 모집을 반대하자, 훈련 후 장교 임관, 임무 수행 복귀 후 원하는 곳 배속, 미군부대 취직 등 지키지 못할 조건을 제시하며 민간인을 모집했다. 이들은 구두 계약 형식으로 민간인을 모집해 ‘김일성 거처 습격’ 등 임무를 부여했다. 실미도 부대원들은 민간인을 특수 목적으로 고용하는 고용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나, 모집 시에는 북파공작 임무의 위험성, 공작원 신분 등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초기 3개월간만 모집 당시 조건 지켜모집조건으로 제시됐던 좋은 급식과 장교후보생 수준의 보수 지급은 초기 3개월만 지켜졌다. 이후에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물론, 비인간적인 대우와 형편없는 급식이 제공됐고 서신왕래, 휴가, 외출ㆍ외박 등 기본권이 철저히 박탈됐다. 위원회는 "중정에서 내려온 예산이 실미도 부대 운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공작원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상부에서 착복 또는 횡령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합법적 절차없이 명령을 받은 동료에 의해 살해되는 등 7명의 공작원이 훈련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 사망은 훈련 개시 3개월 여 후인 1968년 7월 고된 훈련 등으로 탈영을 시도하려다 적발된 이부웅씨와 신현준씨였다. 이들은 부대 지도부 지시에 의해 몽둥이를 동원한 동료들의 구타에 의해 살해됐다. 부대 지도부는 ‘도주사망’으로 상부에 보고했으며, 중정과 공군 상급부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지 않고 은폐함으로써 사실상 불법 살해행위를 묵인ㆍ방조했다. 이후 탈영이나 규율 위반 사고 발생 시 파견대장이나 교육대장 지시에 의해 공작원 살해가 계속됐으며, 살해된 가족에게는 사망사실 고지와 사체 인도를 하지 않고 임의로 화장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1970년 10월 말 발생한 ‘무의도 강간사건’ 범인인 강찬주씨도 흉기에 의해 살해됐으며, 공범 강신옥도 흉기에 찔린 후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사망했다. 위원회는 "훈련 기간 중 공작원 살해는 상부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추정되나, 지휘 선상에 있었던 주요 관련자들이 대부분 사망함에 따라 상부 지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의도 강간사건 발생 이후 공군 지휘부는 사고처리 파악 과정에서 실미도 부대로부터 부대 해체 또는 공작원들의 신분변경 건의, 급식 및 처우 개선 요구 등을 받았다. 공군참모총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방부장관에게 두 차례에 걸쳐 실미도 부대를 중정에 반납하거나 육군에 편입하는 등 방안을 건의했으나 국방부장관은 건의안 처리를 미룬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위원회 설명이다. 한편 공군지휘부는 강간사건 이후 체육관 건립, 급식 개선, 담배 지급 등 뒤늦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집단 탈출사건 진실 규명보다 축소·은폐 급급1971년 8월 23일 실미도 집단 탈출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정부는 사건 진실 규명보다는 축소와 은폐를 통한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정부는 청와대에서 국무총리, 중정부장,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대통령 비서실장, 공군참모총장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정래혁 국방부장관과 이후락 중정부장이 발표문을 주도적으로 작성했다. 이에 따라 탈출 과정에서의 사태를 무장공비, 공군관리 특수범의 난동으로 왜곡 발표했으며, 훈련기간 중 발생한 공작원 살해 등 범죄와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중정은 실미도 부대 관여 사실을 숨겼다. 탈출사건 직후 공군은 국회 조사단의 조사 시 생존 공작원들의 진술을 막기 위해 실미도 부대 파견대장 김응수씨와 김모씨를 내세워 월남 파병 등으로 공작원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공군은 탈출사건 당일 실미도 부대 관련 서류를 불에 태워 없앴으며, 1998년 가을 이모 소령이 일부 남아있던 공작원 개인이력카드 등 관련 서류를 공군 25전대 내 소각장에서 임의로 소각해 버렸다. 생존 공작원과 기간병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문제 투성이였다. 이들은 훈련기간 중 발생한 공작원 4명의 살해와 1명의 유기 치사 사건에 대해 자백 및 참고인 진술을 했으며 탈출 과정에서의 기간병 및 경찰 살해도 모두 진술했다. 하지만 실미도 부대의 실체가 드러날 것을 염려한 당시 정부와 군 수사당국은 군사재판을 통해 사건을 신속하게 비공개로 처리하기 위해 생존 공작원 4명을 초병살해죄로만 수사ㆍ기소해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것이다. 유가족들 사체도 인도받지 못해생존 공작원들의 가족은 재판을 볼 수도 없었으며, 이후 사형집행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은 물론, 사체도 인도받지 못했다. 또 대법원 상고 시 실미도 부대가 사회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이 사건으로 구속된 공군 장교들이 상고를 포기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생존한 공작원이 있다는 설을 제기해 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공작원 탈출 과정에서 기간병 살상 등 일련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나, 그러한 사태에 이르게 한 책임은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공작원들의 인권을 장기간 유린하도록 방치한 당시 정보기관과 국방부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위원회는 사망한 실미도 공작원에 대한 사체 인도 및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공식적인 사망 통보가 필요하며, 발굴된 공작원들의 유해에 대한 적절한 처리, 사형수 4명의 유해발굴 활동 지속 등을 권고했다. 또한 "국방부와 공군은 책임을 통감하고 희생된 기간병과 공작원, 민간인, 그리고 모든 유족과 부상자 등 관련자들에게 진솔한 반성과 적절한 사과 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위원회는 유가족 탐문조사를 통해 공작원 31명 중 23명의 유가족을 찾았으나, 기록상 고아 등 무연고자였던 8명의 유가족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벽제지역 유해 발굴을 통해 실미도 부대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굴, 모두 20개의 시료를 채취한 후 서울대 법의학 교실에 DNA검사를 의뢰한 결과, 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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