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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 장편소설 '토지를 뛰쳐나온 박경리, 시오울'
  • 조재성
  • 등록 2014-10-29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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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리 전통과 동서양의 신화를 넘나드는 환타지적 인문교양 소설
▲     © 해드림출판사


장편소설 ‘동동바우에 뜬 말라이카’의 저자 문 형씨가 이번에는 ‘토지를 뛰쳐나온 박경리, 시오울’을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이 소설은 소설가 박경리와 만나는 피안의 세계 시오울(Sheol)을 소재로 한 소설로서, 초혼가(招魂歌)이자, 율리시스 같이 목숨 걸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작가의 길에 관한 대담스토리 형식으로 구성됐다.

 

1980년대 후반, 작가에겐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문학가와 문학작품 사이에 제3의 중간 영역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가설적 생각이 그것이다.

 

그리고 2006년 가을, 작가는 자전거 여행 중 우연히 소설가 박경리와 마주쳐 몸짓으로만 대화를 나눴다.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가설적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회한에다, 대작가와의 우연한 만남이 억겁으로 남아 작가는 벼르고 별러 머리도 싹둑 자른 채, 저승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박경리 선생의 유혼을 만나 언저리 대담을 하고 그걸 현세에 이야기로 남기기 위해, 피안의 세계 시오울(Sheol)로.

 

천상의 합승마차를 타고 저승에 도착하여 메신저로 변한 작가는, 성철 스님이 분신열반에 드는 꿈을 꾸었고, 멘토로 현현한 성철 대종사의 인도로 기어이 ‘토지를 뛰쳐나온 박경리’ ‘커트머리 모던 걸 박경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곤 시오울에서도 소설을 쓰고 있는 제3의 박경리와 그 작품 내용도 읽어 보았다. 그가 돌아오면서 받아온 선물은 박경리 유혼이 쓴 ‘마하트라 동굴 이야기’였는데, 거기선 동서양의 이야기꾼 플로베르와 카잔차키스, 윤기, 청준이 동굴 답사를 갔다가 깨달음을 얻고, 앵무새가 신의 사조로 여겨지게 된 내력이 밝혀진다.

 

이 소설은 우리의 전통 의례를 비롯해서 문화인류학적 소양 및 다양한 문학 작품과 인문학적 지식을 씨줄 날줄로 삼아 이야기를 엮고 있다. 소설기법으로 쓴 재밌는 한 편의 인문교양서라 해도 과언 아니다.

 

예컨대 전통장례 절차 때 보면, 상여 나가는 날 발인을 마친 상여는 동구 밖 성황당나무(일명 당산나무)를 세 바퀴 돌고 장지로 향하는데, 이게 벽사(辟邪) 의례라고 한다. 즉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 망자가 고향 마을을 마지막으로 둘러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삿날 조상신이 내 집을 찾아 들어올 때 잡귀가 동무해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비방(秘方)의 벽사의례가 바로 상여 나갈 때 당산나무 돌기하는, 즉 ‘미로(迷路) 의식’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반역이고 그 반기(反旗)가 상상력’이라는 모토(motto)를 가진 작가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율리시스 같은 문학정신을 가지길 주문한다. 그는 “문학하는 사람들에겐 자신의 언어가 바로 법”이라면서 “한 군데, 한 자리에 머물면 안 되고 작가의 정신은 탈영토화로, 노마드(nomad) 기질로, 목숨 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소설 내용에 나오듯 ‘창조적인 작업,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자는 예술가로서의 운명에 자기 스스로를 얽어매는 법이라’, 하나의 생각이, 한 순간의 인연이 저승에서 박경리 선생 유혼과 다시 만나는, 그야말로 픽션으로 부른 초혼가가 됐다.

 

삶과 죽음을 넘어, 해탈에 가까운 작가 정신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페이지마다 마음으로 새겨야 할 경구로 가득하다. 1장에 나오는 경구 하나를 예로 들면, “광기(狂氣)도 제대로만 부리면 답이 나오는 법이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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