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은행 지점장이 쓴 마케팅 문학 소설, 샐러리맨의 애환을 그려내다
얼마 전 현직 판사가 쓴 소설 ‘보헤미안 랩소디’가 2014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작가의 문학적 감각과 치밀한 구성이 없었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었겠지만, 소설의 눈에 띄는 특징은 실제 있었던 일을 소제로 했다는 점이다.
법률가인 판사의 관점과 구성을 거친 소설은 보통사람들이 책이나 검색을 통해 피상적으로 접한 사실관계에 상상력을 보탠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떤 영역이든 그것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도, 그것을 가장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실제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이라는 산업에 종사하는 김범식 NH농협 구미지점 지점장이 자신의 필드를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돈키호테 지점장>을 해드림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저자는 ‘마케팅의 시대에서 문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 주고 마케팅에서 성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통과 노력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책을 소개하면서 “창조적 도전정신으로 일을 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독자들에게 심어 주고자 가능한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했다.”고 밝혔다.
주인공 고향은행의 김강산은 지점장으로 승진하여 점주여건이 매우 열악한 돈키호테지장으로 부임한다. 창조적 도전정신으로 발로 뛰는 지점장이 되고자 굳게 다짐하고 운동화를 준비하면서 그의 마케팅이 시작된다. 고전과 명작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한 지식과 상식을 가방에 가득 넣고 마케팅의 바다를 항해한다.
상가를 방문하면서 각종 금융안내장을 돌리고 때로는 한여름에 아이스크림 박스를 어깨에 메고 거래처를 방문하기도 한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목욕탕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고, 식당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적금을 추진하기도 한다. 주인공 특유의 문학적 감각을 살려 고객들에게 편지를 쓰고, 특정 고객을 위해 밤새 시를 써 헌시(獻詩)하기도 한다. 마치 광인처럼 살다가 제정신으로 죽은 행동의 전설 돈키호테처럼 주인공 김강산은 추진의 거대한 바다에서 거친 항해를 계속한다. 역동적인 추진력으로 1등을 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경이롭고 감탄스럽다.
김범식은 1982년 농협에 입사해 2014년 현재 구미지점의 지점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은행원, 금융인을 생각할 때 흔히 은행 창구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은행 일은 셔터가 내려갔을 때 진정으로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경쟁이 치열하고 또 위험천만한 자본주의의 중추인 은행이다.
그곳에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융인으로 살아왔고 지점장의 위치까지 갈 만큼 인정받은 그다. 그런 그가 금융인으로서,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뭇사람 중 한명으로서, 다른 사람과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삶의 고통과 질곡 속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다.
저자 김범식이 숨가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힘이 되어 준 것은 ‘고전’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도 고전의 힘을 빌린다. ‘마케팅’이라는 현대적인 개념에 ‘고전’을 접목시킨 <돈키호테 지점장>을 보고 ‘객주’의 저자인 소설가 ‘김주영’은 “현 시대는 ‘인문학의 시대’라고 말한다.
‘고전과 문학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고 많은 사람이 강조하고 있고 이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고전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를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이 작품 ‘돈키호테 지점장’은 고전의 지혜를 현대시대의 치열한 경쟁 속의 마케팅이라는 은행 업무에 접목하여 성공한 사례를 문학으로 승화했다. 이는 고전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현직 은행지점장의 자전적인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우리 시대 모든 샐러리맨의 고달픈 삶을 문학으로 노래한 문학마케팅의 전범(典範)이 분명하다.“는 추천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