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과부에서 전국 43개 대학을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으로 발표하였다. 감사결과 부실이 들어나면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입장이다.
2011년에는 원광대, 상명대가 구조조정 대상대학으로 선정되더니 이번엔 국민대 세종대가 구조조정 대상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수도권대학, 지방대학이면서도 메이저급 대학들이 대학구조조정에 포함되어 있다.
어딘가 모르게 교과부의 구색맞추기식 구조조정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목이다. 원광대는 원불교라는 거대 종교집단이 설립한 대학이다. 교과부의 힘을 과시하고 작고 힘없는 대학을 잡고자 잠시잠깐 희생양으로 삼아볼 요량이었나 보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선정해놓고 보니 원광대학교는 물론 전라북도에서 너무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원불교 종단에서 조차 볼멘소리가 나오자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부랴부랴 원광대학을 찾아가 원불교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읊조렸다.
이 나라 교육의 진정한 수장이라면 정말 문을 닫아야만 했던 대학들을 찾아가 그 대학이 얼마나 부실하고, 얼마나 엉망인지 아니면 어쩌다 부실대학으로 전락 되었는지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고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만 하며, 최소한 대학관계자는 물론 학생과 교수, 동문과 지역민들의 민의를 들어보고 폐교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재학생들은 그 대학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유예기간동안 대학의 정상화 노력을 지켜본 후 정상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퇴출을 결정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부실경영대학이 사회에 끼치는 악 영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부실경영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MB정부는 단기간의 정책적 성과 내지는 생색내기 식 정책, 혹은 본인의 임기 내에 대학을 정상화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서 마녀사냥 식 대학 퇴출을 결정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미 MB정부 기간 동안 5개 대학이 강제퇴출 및 자진퇴출이 결정되었지만 교과부의 수장이라고 하는 이주호장관은 단 한 차례도 퇴출대학을 찾아가 소통의 장을 열어본 일이 없다. 때문에 속칭 지방의 작고 힘없는 별 볼일 없는 대학들을 잡기위해서 수도권대학과 지방 메이저급 대학들을 학자금대출제한대학 혹은 부실경영대학 명단에 구색맞추기식으로 끼어 넣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감히 말 하건데, 원광대와 상명대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및 부실경영대학에서 벗어났으나 시골의 별 볼일 없는 대학을 퇴출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는 아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이 학사관리나 재무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부실경영 사례가 감사를 통해 적발되어 더 이상 대학으로서 기능을 상실하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치더라도 현행법상 대학을 포함한 사립학교 설립 인가절차는 3월말까지 대학설립인가 접수를 받아 그해 6월말까지 심사를 거처 가 인가를 내어 주어 학교법인을 설립케 한 뒤 다음 연도 학생모집을 허가하고 정식으로 대학인가를 내준 다음 그 이듬해 3월부터 정규대학으로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대학을 설립하는데도 절차상 거의 일 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하고 검증과정을 거쳐 대학으로 인가를 내주는데, 하물며 대학을 퇴출시키는데 걸리는 기간이 3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표적퇴출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필자는 2013학년도 대학구조조정대학에서 국민대와 세종대가 포함된 것을 보고 감히 교과부 장관에게 “만약 국민대와 세종대가 교과부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진정 그 두 대학을 퇴출시킬 자신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또한 필자는 교과부가 해체되었으면 되었지 이 거대한 두 대학은 절대 손댈 수(퇴출시킬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교과부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교과부는 국민대나 세종대와 같은 특히 수도권 메이저급 대학들을 구조조정 대학으로 선정함으로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기둥을 치면 보가 울린다”라는 옛 말처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즉, 지방대학들을 긴장시키고 속칭 별 볼일 없는 대학들을 퇴출시키는데 이러한 거대대학들을 지렛대로 이용하고자 하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평가지표상의 문제점이다. 현존하는 대학평가지표는 8-9개 평가항목만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대학의 본질을 외면한 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대학은 수도권 대학으로서 특수한 환경과 특성이 있을 것이며 지방대학은 지방대학으로서 그들만의 특수한 환경과 특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초지정은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먼저 대학평가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2개 평가항목에 대하여 반론하고자 한다.
먼저 평가항목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입학 충원율이다. 교과부는 대학 인가를 내줄 때부터, 대학 입학정원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고려해서 적정규모의 대학인가를 내 주어야 했을 것이다. 전자에서도 언급했듯이 교육은 백년대계임에 불구하고 불과 십 수년의 수요예측도 못하고 대학을 난전처럼 벌려놓았던 교과부는 대학인가의 칼자루를 쥐고 쥐락펴락 했던 1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교과부는 오히려 자기반성은커녕 이 모든 책임을 대학으로 떠넘기고 있다.
출산율이 감소함으로서 대학의 입학자원이 고갈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지방대학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맞물려 국민소득의 증가와 가처분소득의 증대는 물론 졸업 후 취업과 진로를 위해서도 많은 학부모나 학생들은 인 서울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작금의 지방대학들은 출산율에 따른 자연감소는 물론 경인지역 대학으로 학생들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교과부는 지방대학 육성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입학충원율의 가중치를 높여 지방대학을 압박하여 왔다.
세 번째 이유는 평가항목의 20%룰 차지하고 있는 취업률이다.
필자는 MB 정권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청년실업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는 당신은 도대체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나 제대로 알고 계십니까?
당신은 이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주체로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고 실업을 해소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정된 삶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당신들이 해야 할 청년실업의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자신들도 해결하지 못했던 청년실업의 문제를 대학에서 해소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니,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 책임을 대학의 몫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잘 모르십니까?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몰염치하고 파렴치한지......... 말입니다”라고 말이다.
대학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교수들은 교수로서 사명보다는 직업소개소의 사명이 더 소중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도권의 잘 나가는 몇 몇 대학들을 제외하고 충청 이남지역의 교수들은 언젠가부터 학생선발이라는 말! 아니, 그 단어는 잊은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를 모집하듯이 학생모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힘들게 모셔온 학생들을 정성을 다하여 가르쳐 놓았더니 이제 정부는 그 학생들의 취업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하면서 대학의 목줄을 죄여오고 있다.
필자는 이 정부에서는 더 이상 대학교육의 정체성이나 건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고집과 아집의 불통정책을 소통시킬만한 자도 또는 꺽을 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럴만한 시간도 촉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는 차기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입학정원 등 평가지표에 비례한 마녀사냥 식 대학퇴출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합리적 구조조정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2018학년도부터는 현재의 약 3/2수준으로 대학입학 자원이 절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라 한다. 이는 교과부나 각 대학들이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교과부나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교과부는 입학 충원율나 취업률 등 평가지표에 비례한 마녀사냥 식 대학퇴출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난전처럼 벌려놓은 무책임한 대학인가의 책임이 있는 만큼 대학의 합리적 구조조정을 통해 사립대학의 국/공립화, 또는 공공법인화, 대학 간 M&A 등 재단이나 학교, 학생, 교직원 그리고 동문이나 지역민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교과부는 대학들이 스스로 정원감축이나 투명경영으로 수익사업이 아닌 육영사업의 본질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철저하고도 체계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것이며, 대학은 스스로 자생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자율적이고 대의적인 차원에서 사심과 탐심을 버리고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하여 대학의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들의 상생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사회적, 법률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대학은 없어져도 대학의 이사장과 총장 등 족벌 경영진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립대학의 수구적 울타리를 법률적, 제도적으로 제거해야 된다. 대부분 대학의 사립학교 법인정관은 대학이 통?폐합이나 폐교 및 해산 될 경우 법인 이사 중에서 청산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대학이 퇴출 될 경우 이사장과 족벌 경영진들은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학교를 떠나지만 대학의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들은 공중 폭파된 비행기의 잔해처럼 뿔뿔이 흩어져 그 존재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학교법인은 실질적 투자자로서 마땅히 보호해야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대학의 실질적 주인이자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보다도 더 우선해서 보호 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 바뀐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다만, 대학이 한계상황에서 물리적으로 통?폐합이나 폐교 및 해산될 경우 학생과 교직원들을 구제하는 대전제 하에서 경영진을 보호하는 정책이 동시에 수반되는 것이 타당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미 폐교된 대학들의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서 어떻게 적응하면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혹은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아야만 한다. 또한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린 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가 막막한 고등실업자들이 되어버린 수 백여 명의 교직원들의 한숨과 고통 역시 되새겨 볼일이다.
모 대통령 후보의 말처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나라! 국민행복의 길! 국가에서 국민으로! 등 등의 말처럼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 할지라도 억울하게 눌린 자가 있다면 그에게 자유함을, 가난하고 헐벗은 자가 있다면 그에게 부요함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느 유력 대통령 후보 중의 한 사람의 말처럼 폐교대학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대학을 지켜내지 못한 실패자라 할지라도 실패자에게도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큰 정치를 기대해 본다.
이 덕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