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결과적으로 국익을 크게 해치고 말았다. 국제적 망신은 물론, 사건의 파장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예측불허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정보 요원들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해온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매우 당혹스럽다.
국정원 요원 3명이 한꺼번에 호텔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방주인에게 들킨 것도 그렇고 머쓱해진 채 노트북 하나를 챙겨 나오다 들통 나 돌려준 것도, 비밀 임무라기보다 어설픈 절도를 떠올리게 한다.
무기 수출이란 국가적 사업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취지와 의도를 인정한다 해도 그 방식이 너무나 거칠고 미숙하다. 한마디로 특수임무가 이렇게 손쉽게 발각된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즉각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순항 중이던 인도네시아 무기 수출 길에 돌발변수가 생긴 거고, 국제적 망신, 그리고 당연히 국내 정치적 논란도 떠안게 됐다.
안기부, 더 올라가 중앙정보부. 국정원의 전신은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며 권력보위의 상징이었지만 과연 국익을 위한 정보를 그만큼 끌어왔는지는 줄곧 의문이었다.
최첨단 정보전쟁에서 요구하는 치밀한 능력에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 아닌가.
국정원은 정보수집이란 본연의 임무에 서툰 속살을 내보이며, 불신과 냉소에 직면해 있다.
이번 일로 외교가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될 뿐 아니라 원세훈 국정원장의 거취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