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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재기 가능성을 진단한다
  • 황길수
  • 등록 2013-01-29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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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아서-1
로마인은 생각지도 않은 행운으로 성공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정황을 엄밀히 조사한 뒤에 실패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계획 없는 성공은 조사의 중요성을 망각시킬 위험이 있지만,완벽하게 조사한 뒤에 실패하는 것은 두번 다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효과적 훈련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운으로 인한 성공은 누구의 공적도 아니지만,정황 조사를 완벽하게 하면 설령 실패 하더라도 최소한 대책만은 충분히 강구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


대통령 선거 광풍이 잦아든지도 이제 한 달 하고도 열흘이 되었다. 안철수가 투표를 끝내고 부랴부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날수도 같다.
개표도 보지않고 황망히 떠났던 심사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가 내다봤던 반집 패의 대선 반상을 복기하고자 늦은 글을 꾸역꾸역 쓰고 있다.
대선 패배에 따른 복기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개진하고 있으나 안철수와 관련한 부분을 지적하는 글을 보지 못한 것이 글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
작금 친노들에 휘둘리는 민주당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냐만 사그라진 재더미 속에 자그마한 불꽃이 아직 민주당에 사망선고를 내리기에는 조급한 면도 있어 보인다.
박성현의 말마따나 문재인 선대위원이었던 안도현에 대해 ‘싸구려 죄책감과 연민을 파는 문학 브토커’라는 식의 다구리는 그 동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본 글에서는 안철수에 대한 희망을 계속 가져야 하는 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안철수에 대한 희망은 무리수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리수가 맞다. 고등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 정도의 상식선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과연 대한민국호를 이끌 정도의 철학을 갖추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나무를 보고 숲을 판단할 수 없듯이 안철수가 보여준 선택들이 대한민국의 대표로 국정이라는 시스템을 맞기기에는 뭔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면이 있다.
안철수에게 기회가 된 야권 통합이라는 꽃놀이패를 스스로 막아버린 요인을 지적하는 것이 대목이 될 것이다.
안철수는 왜 장하준이 아닌, 장하성을 택했는가
필자는 안철수의 작전미스의 시작은 장하준이 아닌, 장하성을 택했을 때를 그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글은 [미디어 오늘]의 이정환 기자가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대선 복기 차원에서 이정환 기자의 글을 전문 게재한다.밑줄은 편집자 주)

<장하준이 아니라 장하성, 안철수는 도대체 왜?>
[뉴스분석] “주주 중심주의가 문제”라더니 “진보를 가장한 신자유주의자”와 손잡는 이유는
장하준과 장하성. 사촌지간의 경제학자들. 둘 다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지만 둘의 정치경제적 스탠스는 극과 극으로 대립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장하준 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를 영입하려다 실패한 반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하성 교수는 지난달 27일 안철수 캠프 합류 소식을 알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감격스러운 듯 울먹이기도 했다.

장하준과 장하성의 대립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장하성이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벌 대기업 집단과 맞섰던 반면 장하준은 사회적 대타협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재벌 활용론을 주창했다. 장하성은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해 재무제표를 흔들며 주주 배당이 적다고 호통을 쳤지만 장하준은 오히려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이 너무 많아 한국 경제가 이 모양이 됐다고 반박한다.

장하성이 재벌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했던 것과 달리 장하준은 재벌 체제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다른 발상을 제시한다. 장하성은 재벌 오너 일가에 맞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경제 민주화라고 주장했지만 장하준은 소액주주의 권리와 다액주주의 권리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소액주주의 권리는 결국 1인1표가 아니라 1원1표의 시스템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히려 경제 민주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박근혜가 장하준에 손을 뻗친 것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장하준의 이론적 기반이 새누리당에 개혁적 이미지를 보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장하준은 기득권을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성장과 복지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정확히 박근혜의 스탠스와 맞아 떨어진다. 장하준은 박정희 개발독재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한다. 재벌 해체가 아니라 재벌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하준이 민주통합당 보다는 새누리당에 더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안철수와 장하성의 결합에서는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액주주운동은 진보진영에서 폐기되다시피 한 낡은 아이템이다. 장하성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말하면서 노동 배제적인 대량감원을 통한 비용 축소나 하청단가 인하를 통한 기업이익 증대 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외국 투기자본과 손잡고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자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장하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는 계급 대타협으로 풀 수 없으며 재벌은 사회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시장개방과 규제완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국가주도의 성장정책이 필요하다는 장하준의 주장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하준이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국가를 내세우는 반면 장하성은 재벌의 대안으로 시장을 강조하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다.

문재인이 장하준과 장하성 모두에게 거리는 두는 것과 달리 안철수가 장하성과 손을 잡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하성은 단순히 정책자문 정도가 아니라 안철수 캠프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지나친 주주 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을 밝힌 바 있는데 그런 사람이 주주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장하성과 손을 잡은 것은 기이한 일이다.

“최근 기업들이 주주 중심주의라는 개념 아래 사회성과 공익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면서 국가, 노동, 소비자, 지역주민 등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외면하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특히 기업의 성과를 노동자들과 제대로 나누지 않는 경향이 강한데, 노동자는 곧 소비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분배와 보상을 해줘서 구매력을 키우는 것이 내수시장 활성화를 가져와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안철수의 생각’ 가운데.

‘안철수의 생각’은 잘 준비된 모범답안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키우는 게 기업들이 도움이 된다는 수준의 엉성한 논리로 주주자본주의에 맞설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안철수는 굳이 주주 중심주의라고 고쳐 말하고 있는데 그가 주주자본주의를 지배 이데올로기가 아닌 단순히 무게중심을 옮기는 차원으로 접근한다면 장하성처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신조로 삼고 있는 사람을 옆에 두고 제대로 콘트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중도보수 또는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안철수에게 신자유주의의 투사가 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장하성의 영입이 그가 책에 썼던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실패하긴 했지만 박근혜가 장하준의 영입을 시도했던 것 같은 참신함이 안철수에게는 없다. 장하성을 아직도 재벌 저격수나 경제 민주화의 원조쯤으로 생각한다면 크나 큰 패착이 될 수도 있다.

재벌을 내쫓으면 투기자본에게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장하준의 경고는 다분히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재벌 개혁의 수단으로 주주가치 극대화 논리를 들고 나온 장하성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에게 장하준이 발상의 전환이거나 외연의 확장이 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안철수에게 장하성은 변절이거나 퇴행이 될 수 있다. 안철수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냉소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안철수에게 심상정이나 홍세화 수준의 높은 진보적 가치를 바라는 건 애초에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 다만 안철수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우클릭을 계속하고 합리적인 시장주의와 손을 잡고 그게 진보적 대안으로 평가 받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합리적인 시장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간극은 매우 좁거나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는 그 차이를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한 것일까. <2012-10-02자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의 지적대로 장하성의 선택으로 인해 안철수의 가능성은 확장이 아닌, 퇴행으로 들어서게 결과로 나타났다. 안철수는 재벌개혁 주창자인 장하성을 영입함으로써 자신의 지지층인 중도파들을 뭉게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린 것이다. 급격히 빠지는 지지도 앞에서 박근혜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후보였던 안철수가 야권통합이라는 꽃놀이패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이공계 출신의 안철수가 경제학까지 통달하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치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절대적이다. 
통치자란 인간성을 기준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인제 선별 역량으로 평가돼야 한다. 안철수는 그런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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