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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같은 비행기, 전익기
  • jihee01
  • 등록 2012-08-31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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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개발되고 있어 그 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B-2 폭격기가 1988년 11월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적의 방공 감시망을 피해 목표 지점까지 은밀히 다가갈 수 있다는 스텔스(Stealth) 성능도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그러한 자세한 성능은 차치하고 우선 눈에 보이는 모양만 가지고도 보는 사람들의 기를 죽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보통의 비행체들과 확연히 차이가나는 전익기(Flying Wing)였다. 마치 주익 날개 하나로만 구성된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러한 혁신적인 모습을 빗대어 "저것은 지구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외계인이 선물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눈으로 보이는 외형만으로도 최첨단의 무기임을 자랑하는데 결코 모자람이 없었을 만큼 모든 이들을 감탄시켰다.

생각보다 오래된 형태

그런데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생각한 전익기는 그 역사가 의외로 오래 된 형태의 비행체다. 막연히 비행이 가능할까 생각하기 쉽지만 연(Kite) 같은 전익기의 구조는 비행에 상당히 유리하다. 엄밀히 말해 비행기가 나는 것은 동체가 아니라 날개 때문이다. 따라서 비행기 개발 초창기부터 많은 엔지니어들이 연구 주제로 삼아오던 분야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비행기하면 대략 동체, 주익, 미익 등이 갖추어진 보통의 모습을 떠 올리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전익기 역사에 큰 영향을 준 호르텐 형제.

 

라이트(Wright) 형제가 만든 인류 최초의 동력기인 플라이어(Flyer)만 보더라도 지금의 일반적인 비행기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결국 오랜 연구 과정을 거쳐 오늘날 비행기의 정형이 완성되었지만, 당연히 초기의 비행기들은 다양한 여러 방향으로 연구되었고 그 중에는 전익기 형태도 있었다. 왜냐하면 일단 비행기는 하늘에 뜨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비행이 가능한 모양이라면 모든 것이 고려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하였음에도 전익기가 낯설게 된 이유는 다른 모양의 비행기에 비해서 실제로 비행을 구현하는데 많은 난제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 정신을 가진 많은 이들에 의해 연구와 개발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루어져 내려왔다. 그 중에서 전익기의 역사와 관련하여 호사가들의 입에 먼저 언급되는 것이 독일의 글라이더 제작자인 호르텐(Horten) 형제가 만든 일련의 시리즈들이다.

 

독일 박물관에 전시 된 Horten H.IV 모형

독일의 개척자들

흔히 전익기와 같이 생소한 비행체를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이후 ‘나치의 비밀병기’들로 많이 통칭되는 제2차 대전 말기에 독일에서 만들거나 연구 중이었던 무기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는 V1, V2 로켓이나 Me-262 제트전투기처럼 실제로 실현 된 것도 있지만 개발 중에 있었거나 단지 구상 단계로만 끝난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사례 중에 호르텐 시리즈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비행에 취미가 많았던 호르텐 형제들은 1930년 초부터 글라이더를 만들었는데 그들은 전익기가 직진성이 좋고 장거리 비행에도 적합함을 알았다.제2차 대전 발발 후 독일 공군에 입대한 이들은 능력을 알아보던 주변의 도움으로 전익기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는데, 1941년 말 실험용 글라이더인 Horten H.IV의 제작에 성공하였고 이후 동력을 장착한 전익기 개발에 나서 독일 공군 총사령관 괴링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호르텐 형제가 개발한 Ho-229의 복원품.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한 폭격기인 Ho-229까지 제작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말미암아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무려 70년 전에 실용화 직전까지 제작이 이루어졌던 이들 전익기들은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전익기는 독일이 유일하게 연구를 하였던 나라가 아니었고 단지 선도 국가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전익기의 진정한 강자

사실 전익기는 동 시대에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미 개발 중에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빛을 낸 나라는 미국이었다. 1929년 미국 유수의 항공기 제작사인 노드롭(Northrop)은 실험기인 X-216H의 비행에 성공하였다. X-216H는 자세 제어용 미익이 달려있어 완벽한 전익기로 볼 수 없지만,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41년에 N-1M처럼 보다 발전된 단계의 전익기 제작이 이루어졌다.

 

노드롭이 실험 목적으로 제작한 N-1M. 호르텐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되었다

 

우연이었는지 N-1M은 동시기에 개발되던 독일의 Ho-229와 상당히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구조가 비행에 적합한 형태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들 모두 실험으로만 막을 내렸다. 전익기는 비행에 적합하지만 방향 전환과 같은 제어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어서 비행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기술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다.

 

독일이 패전하고 난 후, 노드롭은 전후에도 이 분야 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계속 담당하였다.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노드롭은 실험용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XB-35/YB-35의 비행에 성공하였는데, 그때가 1946년 6월 25일이었다. 비록 B-36이나 B-52같은 차세대 전략폭격기에 밀려 제식화되지는 못했지만 4톤의 폭장을 하고 무려 12,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하였다.

미완으로 끝난 시도

한마디로 전익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장거리 폭격기였다. 일설에는 시대를 앞서는 너무 혁신적인 모습이 오히려 채택되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고 전할 정도였다. 사실 최종 소비자인 군 당국은 무기를 선택함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비행의 불안정성과 엔진 문제 등처럼 기술적인 부분에 있었다. 비행기에게 안정성과 신뢰성 보다 우선시 되는 요인은 당연히 있을 수 없다.

 

실험적으로 XB-35가 2기, YB-35가 13기 제작되었는데 이중 3기가 제트 엔진을 장착한 실험기인 YB-49로 진화하였다. 전익기에 대한 가능성을 알고 있던 노드럽의 중단 없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속도는 증가하였지만 항속 거리가 짧아졌고 프로펠러 추진이었을 때 보다 조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1948년 6월 5일의 시험 중 사고로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불상사를 겪은 끝에 결국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실험 비행 중인 XB-35(좌), YB-35(우)의 모습. 60여 년 전의 비행기로 보기 힘들 정도로 앞선 모습이다.

중단 없는 도전

그런데 YB-49의 실험도중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했다. 툭하면 지상의 관제 레이더에서 모습이 사라지고는 했던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를 단순한 레이더 오작동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스텔스 효과였다. 단순한 모양의 전익기가 레이더 반사율이 적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이처럼 미완으로 막을 내렸지만 YB-49에서 오늘날 B-2의 모습을 엿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알아 본 것처럼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든 전략폭격기 B-2는 제작사인 노드롭(현재의 노드롭그루먼)이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였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의 바탕에는 전익기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갖고 줄기차게 연구를 계속해온 노드롭의 창업자 잭 노드롭(Jack Northrop)의 꿈이 있었다. 즉 혁신적이라 여기는 비행체는 무수한 실패와 난관을 극복한 중단 없는 연구와 도전에 의한 결과였다.

 

제트엔진을 장착한 YB-49. 하지만 여러 여건의 미비로 말미암아 미완의 비행체로 기록되었다.

미래 하늘의 주인공

지금까지 알아 본 것처럼 날개로만 이루어진 전익기는 구조상 더 멀리 오랫동안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크나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차세대 전투기의 대세가 되어버린 스텔스를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모양이다. 그러나 비행 제어와 이착륙이 어려웠고, 특히 조종석에서 시야가 좁아 군용기로 채택하는데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이란이 포획한 미군의 스텔스 무인정찰기 RQ-170. 전형적인 전익기 형태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 특히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기술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게 해주면서 전익기는 어느덧 미래를 대표하는 비행체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다 보니 최근 정찰기의 대세가 되어버린 많은 무인정찰기들과 앞으로 도입이 예정된 무인전투기들이 전익기를 기반으로 제작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전익기의 미래 모습이 과연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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