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25일 주한미국 대사관 옆 한국통신 앞, 주한미군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판결을 항의하기 위한 14개 시민단체들의 공동기자회견이 이루어졌다. 오전 11시 경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 단체들은 미군의 무죄평결과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각각의 피켓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차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각 시민단체 대표자 발언으로 열기가 고조되어갔다. 첫 번째 발언자인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이번 여중생 사건에 대응하는 정부당국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며, 재판권 이양 및 불평등한 소파(SOFA)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또한 현재 대선 후보들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여성단체연합 이강실 대표는 2년 간의 싸움으로 클린턴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낸 일본 오끼나와 미군 성추행사건을 말하면서 일시적 시위가 아닌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또한 녹색연합의 박경조 성공회 신부는 미국의 폭력을 ′국제적 깡패′로 빗대면서 시민단체의 저항과 투쟁을 약속했다. 특히,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목사 한국염씨는 2500년 전의 예언자 말을 인용 ′망할 것들′이란 말로 발언을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한 목사는 미국에게 북한이 ′악의 축′ 이면, 우리나라에게 미국의 ′악의 씨′라는 표현을 썼다. 마지막 발언자는 참여연대의 장유식 협동처장으로 변호사로서 이번 배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처장은 현역 가해자측인 미군들이 배심원으로 선정된, 상식에 위반된 상황을 비판하며 이번 배심제의 결과를 ′폭력′ 이라 규정했다. 또한, SOFA에서 말하는 재판적의 원칙은 屬地主義, 屬人主義 떠나 ′屬利′주의라고 말했다. 이들 모두의 발언은 불평등한 소파(SOFA)의 전면 재개정으로 집약되고 있다. 성명서에서는 본 협정,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전체에 걸쳐서 소파를 전면 재 개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리고 한국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를 보장하고 우리 국내법에 의해 재판절차가 진행되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물론 주한미군에 의해서 일어나는 환경 범죄에 대한 처벌 및 원상 복구·배상 의무 등도 명시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청와대, 외교 당국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의 소파 전면 재개정에 대한 국민 앞에서의 서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은 특별히 외국에서 우리나라 시민단체에 보내온 지지성명이나 편지 등의 짤막한 낭독이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시민단체 회원들은 미 대사관 주의를 돌며 거리행진을 벌이려 하였으나
이날 역시, 며칠 전 동두천 미군2사단 앞에서 일어난 경찰들과의 몸싸움 발생했다. 현재 ′2001 개정 SOFA′에 따르면 한국 측 검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난 미군 피의자에 대해 항소할 권한이 없다. 도한 한국이 일차적 재판권을 갖고 있는 범죄라 하더라도 미국 측 요청이 있을 때는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판권 행사를 포기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시급히 재판권 포기를 사실상 강제하는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kje@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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