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21명을 태운 북측 어선이 서해 공해상을 경유해 귀순했다. 18일 오후 6시20분쯤 인천 옹진군 덕적면 울도 서쪽 17마일 영해(領海)상에서 어른 11명과 자녀 10명 등 21명(남자 14명, 여자 7명)을 태운 북한 어선이 순찰 중이던 해경 경비정 119호정(정장 김재만 경위)에 의해 발견됐다. 해경의 1차 현장 조사 결과, 이 선박의 선장은 순룡범(46·평북 신의주시 남하동)씨이며, 순씨의 아버지 순종식(70)씨와 부인 김미연(68)씨 일가족 13명, 순종식씨 사위 최동현(41)씨 일가족 4명, 기관장 리경성(33)씨의 친척 방희복(45)씨 일가족 3명 등이 타고 있었다. 8세 소년부터 70세 노인까지 세 가족과 개인 1명이 함께 탈북한 것이다. 김 경위는 “작은 목선이 영해상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어디서 왔나’라고 묻자 ‘우리는 북에서 탈출했다. 남쪽으로 가고 싶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해경 3명이 북한측 선박으로 건너가자 침실과 어창 등에서 어린이와 부녀자가 일제히 몰려나왔다”고 말했다. 이들 중 가장 고령인 순종식씨는 우리 경비정에 오른 뒤 “배가 고파서 왔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사람은 “10년 전부터 남조선을 동경해왔다”고 말했다고 김 경위는 전했다. 이들이 타고 온 배는 114지도국 소속으로 기관이 있는 20t급 목선이며, 배에는 가스버너와 기름버너 각 1개와 압력밥솥 1개 등 취사도구와 TV 1대, 쌀 5㎏, 소금 8포대, 경유 650ℓ 등이 적재돼 있었다. 해경의 1차 조사에서 이들은 지난 17일 오전 4시쯤 압록강과 청천강 사이 해안에 있는 평북 선천군 홍건도 포구에서 출발해 공해상을 우회해 들어왔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들이 다량의 소금과 경유, TV와 압력밥솥 등을 갖춘 데다 인원이 21명이나 되는 것으로 보아 장기간에 걸쳐 탈북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발견 직후 1시간여 동안 이 배에 대한 선박 검색을 실시했으며,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19명을 해경 경비정에 옮겨 태운 뒤 해군 고속정 1개 편대의 호위 속에 19일 새벽 이 배를 인천 해경부두까지 호송했다. 선박을 통한 해상 탈북은 지난 1997년 5월 12일 북한 주민 안선국(54)씨 일가 14명의 해상 탈북 이후 처음이다. 1987년 2월에도 김만철씨가 일가족 10명을 배에 태우고 귀순해온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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