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검팀은 지난 2000년 현대의 대북 송금용 자금 조성에 관여한 현대상선 등 현대 계열사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지난 5일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현대 계열사들의 일부 자금이 분식회계 처리된 정황을 이미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특검팀의 수사는 우선적으로, 지난 정권 핵심 실세와 함께 이번 사건 수사 대상의 양대축을 이루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당시 현대건설 사장) 등 현대그룹 핵심 간부들에 대한 압박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분식회계 사실이 실제로 확인될 경우 이는 단순히 대북송금 수사과정상 현대 압박카드에 그치지 않고, 추후 검찰의 본격적인 현대그룹 분식회계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특검 관계자는 “전문 수사관을 투입해 현대 계열사의 회계장부를 분석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현대상선이 분식회계한 혐의가 있다며 현대상선을 서울지검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관련 자료를 모두 특검팀에 넘기고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었다.
특검팀은 특히 2000년 6월 현대상선이 대북 송금한 2억달러(2235억원) 등 산업은행 대출금 4000억원이 반기(半期) 보고서에 누락됐다가 연말보고서에 다시 기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현대상선의 2000년 회계보고서에서‘공기구(工器具) 비품’자산가치가 전년도(279억원)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2833억원으로 처리된 점에 주목, 대북 송금된 2235억원을 은폐하려는 의도였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현대상선과는 별도로 해외에서 대북송금 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의 분식회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특검팀은 2000년 6월, 2억달러(2235억원)의 대북송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정보원 최규백(崔奎伯) 당시 기획조정실장 등 국정원 기획조정실 간부들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수표 배서에 관련된 기조실 소속 실무자 1명을 6일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최규백 기조실장을 곧 소환, 당시 김경림(金暻林) 외환은행장을 만나 2억달러의 대북송금에 협조를 요청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