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수) 거동 불편한 홀홀단신 85세 신 할머니 주택 ‘도배’
▲ 신선교 할머니 안방 도배를 위해 곰팡이가 슬은 벽지를 떼어내는 학생들
2012년 01월 19일 -- 한국기술교육대학교(총장 전운기, 이하 한기대) 인근인 병천면 가전리에 사는 신서교(85) 할머니의 삶은 ‘기구’ 그 자체다. 남편은 14년 전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됐고 남매였던 자식들은 코흘리게 시절 때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신 할머니는 중병을 앓아 세 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그이는 기관지와 심장이 좋지 않아 몇 걸음을 걸어도 숨이 차오른다. 지팡이만이 그이의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친구이자 의지처다.
신 할머니가 사는 40년 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은 신 할머니의 서글픈 생처럼 남루하고 쓸쓸하고 외롭다. 방과 부엌 벽면 곳곳은 검버섯같은 곰팡이가 볼쌍 사납게 얼룩져 있어 할머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구정 연휴를 앞둔 18(수)일. 신 할머니의 추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한기대 학생 4명과 전운기 총장이었다. 이들은 곰팡이가 핀 할머니 집의 벽지를 제거하고 화사한 새 벽지로 도배해주는 일을 해주었다. 학생들은 할머니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짐들을 조심조심 마당으로 옮기고, 미숙하나마 열과 성을 다해 할머니 집을 가꾸는 일을 했다.
신 할머니와 한기대의 인연은 12(목)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겨울방학을 맞아 모 대기업의 ‘사람 사랑’을 주제로 한 UCC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김환, 서경덕, 김주성(전기전자통신공학부 3학년) 학생들은 병천면 가전리 동네 집집을 찾아다녔다. 독거노인,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된 이웃들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 할머니 집을 찾게 됐는데,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고는 ‘도배 봉사를 해주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김환 학생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고통스러워하시고 형광등조차 갈지 못하시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이들 학생은 하교 자유게시판에 할머니의 사연을 올리고 함께 도배 봉사활동을 할 학생을 찾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뒤. 학생들의 의견이 올라오는 자유게시판을 평소 자주 방문하는 전운기 총장은 김환 학생의 글을 읽고는 “추운 계절에 어르신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마음과 정성을 모았으면 합니다. 저도 동참하겠습니다”는 댓글을 올렸다. 전 총장의 이런 댓글에는 “총장님...자랑스런 한기대인입니다”, “정말 멋죠요!”라는 환영의 글이 따라왔다. 안기원(기계정보공학부 4학년) 학생은 “군대에서 도배를 해본 경험이 있다”며 18일 직접 할머니집을 찾아와 봉사활동에 합류했다.
할머니 집은 너무 오래돼 벽에 습기가 잘 차서, 전문업체 사람을 불러 벽에 얇은 스티로폼을 붙이고 도배를 해야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진 도배작업과 짐 정리가 끝나자, 할머니 집은 ‘러브하우스’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온화한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신 할머니는 “한기대 학생들과 총장님이 말할 수 없이 너무나 고맙습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전 총장은 내복과 떡 등을 할머니에게 전달하며 “구정을 앞두고 학생들이 외로운 할머니를 위해 마음을 써준 게 기특하지요”라며 “그래도 조금은 덜 추워진 집에서 용기내시고 몸 건강히 오래 사셔야 됩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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