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감독 칸영화제 수상후 관객 3배 증가
천재화가의 삶속 빼어난 한국적 영상미 ′호평′27일 새벽 3시(이하 한국시간). 임권택 감독이 제 5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취화선>(태흥영화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극장. 개봉 3주차인 <취화선>의 관객이 전주 대비 3배 증가했다. 꼭 이런 것을 바라고 수상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객은 ‘고맙게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에서는 전국 80개에서 출발, 현재 44개로 줄어든 <취화선>의 스크린을 31일을 전후로 다시 7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취화선>, 이젠 칸의 영광을 국내로 돌릴 시점이다. 26일 현재 전국 44만 명이 봤다. ▲영화 <취화선>
조선 말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소리없이 사라진 천재화가 장승업. <취화선>은 시장판을 떠돌던 거지에서 당대 최고의 화가로 우뚝 섰으나 시대의 혼란함에 휩쓸려야만 했던 그의 인생을 훑는다. 늘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며 그림을 그렸던, ‘취한 신선’ 같은 그의 발자취를 영화는 때로는 쉬엄쉬엄, 때로는 숨가쁘게 쫓아가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반도의 절경을 담아내는 한편, 장면장면 여백의 미를 살렸다. 비단 화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속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살면서 언제 한국화에 그처럼 오랫동안 시선을 두랴. ‘영화가 최민식을 잡아먹었다’는 지적도 있으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최민식의 연기는 영화에서 빠져 나올 듯 하면서도 잘 녹아 들어 ‘최민식’이라는 이름 석자보다는 <취화선>을 살리고 있다. ▲칸을 사로잡은 <취화선> ‘도대체 칸이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은 “누가 먼저 칸에서 수상을 했더라면 내가 이러지 않는다. 누구 하나는 먼저 길을 뚫어야 하지 않나”고 답했다. 임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마음이 그와 같음은 물론. 이렇듯 출발부터 철저히 칸을 겨냥했던 <취화선>이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소재인 천재의 삶을 택했고, 한국적인 소리(<춘향뎐>)로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한국적인 그림으로 승부를 걸었다. 흰 화선지 위에서 춤추는 검은 먹선을 중심으로, 이글거리는 불가마 속에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모습, 차를 끓이는 과정을 보고 취하지 않을 외국인이 있을까. 한없이 펼쳐진 갈대밭과 너른 갯벌,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한옥 등도 알 듯 모를 듯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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