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당·정·청 불협화음이 가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거부권을 건의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대신 보완입법을 추진하는 선에서 ‘봉합’을 시도했으나, 처리 과정에 허술한 당정 협의시스템 등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 ◆문제의 개정안 골자는 뭔가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의 골자는 일정한 근무 연수만 채우면 하위직인 순경에서 간부급인 경위까지 단계적으로 자동 승진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내용. 특히 경사로 8년 근무하면 경위로 승진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 동안 경사가 경위로 올라가려면 시험 승진, 특별 승진, 심사 승진 등을 거쳐야 했으며 근속 승진하는 경우는 없었다.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인 경위 이상은 사법경찰리(吏)인 경사 이하를 지휘 감독할 수 있는 간부라는 점에서 순경 출신이 경위가 되는 경우는 극소수로 제한돼왔다. 개정안은 또 순경, 경장의 근속 승진 기간을 현행보다 1년씩 단축했다. 따라서 순경에서 경장으로 승진하는 데 6년, 경장에서 경사로 승진하는 데 7년이 걸린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내년에 경사 5,000여명을 비롯해 모두 2만 2,000여명이 근속 승진 혜택을 받게 된다. ◆노 대통령의 보안입법론노무현 대통령이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포하는 대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보완입법을 추진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보완입법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경사에서 경위로 자동승진하는 개정안 핵심 내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당정협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경찰공무원 근속승진을 검토한 결과 하위직 경찰관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법 개정안 취지는 반영키로 했다”며 “다만 구체적인 규정들은 다른 인사 및 조직에 관한 법령처럼 시행령에서 규정을 하도록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정안에서는 가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소방직 공무원 등 타 공무원 조직과의 ‘형평성’ 부분이 손질될 전망이다. 대부분 일반직 공무원의 근속승진 관련 조항이 ‘시행령’으로 명시된 것과는 달리 경찰의 근속승진 조항은 ‘법’으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수정안은 애초 법으로 명시된 근속승진 관련 조항(순경→경장 6년, 경장→경사 7년, 경사→경위 8년)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개정안이 지닌 문제점이번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일본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써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고려하여 수정하지 않고 개정안 대부분 일본 경찰공무원법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개정안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소방직 공무원 등 타 공무원 조직과의 “형평성”과 조직내 경찰공무원간의 ‘형평성’ 부분이다. 대부분 일반직 공무원의 근속승진 관련 조항이 ‘시행령’으로 명시된 것과는 달리 경찰의 근속승진 조항은 ‘법’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 또한 갑자기 늘어난 경위 승진자로 인한 추가 예산부담과 자동승진에 따른 ‘경쟁력 하락’도 문제점. 이에 따라 시행령에는 근속승진 요건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 내에서는 이 법안이 향후 5년간 3000억원의 예산이 들고, 2010년이면 경사가 경위보다 적은 기형 구조가 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공서열 파괴 등 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정부 혁신과도 상충된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면서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집권 3년차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당·정·청 정책 결정 시스템이 이토록 오락가락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음을 지적하고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시기상조”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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