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반출된 외규장각 문서가 오는 9월 140년 만에 일시 귀국한다. 유럽을 순방 중인 한명숙 국무총리는 프랑스 정부와 외규장각 문서의 서울 전시 합의와 한·프랑스 영화공동제작 협정 등의 성과를 내고 9일 오전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한 총리는 8일 오후(현지시간)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회담을 갖고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외규장각 문서 전시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외규장각 문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약탈해간 것으로 그 동안 영구반환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여왔다. 한 총리는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빌팽 총리와의 회담에서 성과가 있었고 양국 간 실질협력 관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면서 “외규장각 문서와 관련해서는 디지털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오는 9월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외규장각 문서의 영구 반환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가 협의채널을 조속히 가동시켜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프랑스 측에 촉구했다. 프랑스 빌팽 총리도 “외규장각 문제 해결을 위해 신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화 방식을 선택했다”면서 “직접 문서를 열람할 기회를 주기 위해 가을에 서울에서 대대적인 전시회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화 방식을 통해 정기적으로 문서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서울 전시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돈느듀 드 바브르 문화장관이 조만간 서울을 방문해 전시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팽 총리가 밝힌 외규장각 문서 디지털화는 프랑스가 보관중인 외규장각 문서를 스캔(Scan)해서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영화공동제작·범죄인인도조약 등 체결성과양국 총리는 또한 이날 회담에서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음을 재확인하고,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은 양국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영화 제작시 20∼80% 범위 내 공동 투자가 이뤄질 경우 자국 영화로 간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화 공동제작 협정도 맺기로 했다. 또 양국간 범죄인을 상호 인도하도록 해 각종 범죄 예방과 진압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한·프랑스 범죄인 인도조약’도 체결했다. 양국은 이와 함께 방위산업, IT, 나노산업, 예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 총리는 빌팽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엘리제궁으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예방하고 양국 관계 발전과 우호 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한 총리는 7일 파리 인근 이씨레 물리노시의 유아원을 방문해 어린이 보육현황을 시찰하는 등 프랑스의 저출산문제 대책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한국과 프랑스는 2004년 12월 노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와 관련, 양국민 간 상호 인식과 이해를 제고하고 관심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문화행사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경제통상, 학술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행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프랑스 내 한국 행사의 부제는 “한국이 가슴속으로”(Coree au Coeur)이며 한국 내 프랑스 행사의 부제는 “프랑스, 아자!”이다. 한국 내 행사의 부제는 ‘파리의 연인’의 여주인공이 자주 사용하던 파이팅 슬로건에서 차용한 것으로 진취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 외규장각 문서란외규장각은 정조 5년인 1781년 강화도에 설치한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이다. 정조가 1781년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외규장각을 강화도에 설치했으며 왕립 도서관인 규장각(奎章閣)의 부속 도서관 역할을 했다. 설치 이후 왕실이나 국가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儀軌)를 비롯해 총 1,000여 권의 서적을 보관했으나, 고종 3년인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일부 서적을 약탈하고, 나머지는 불에 타 없어졌다. 프랑스군이 이때 약탈해 간 도서 가운데 2001년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문서는 191종 279권에 달하며, 이 중에는 한국에 필사본이 없는 63권의 유일본이 포함돼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1993년 9월 정상회담에서 상호 교류와 대여라는 차원에서 영구 임대 형식으로 프랑스에 임대하기로 합의했다가, 2000년 10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필사본이 없는 63권을 ‘대등한 문화재 교환 전시’ 형식으로 2001년까지 한국에 반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프랑스 측에서 반환 협상을 계속 지연시키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역사·학술·시민 단체의 외규장각 문서 반환운동이 확산되는 등 미해결의 외교적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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