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선 대형화물 이동 막던 전기선 지중화·신호등도 회전식으로 바꿔
제 아무리 실력이 우수한 기업이라도 기업환경이 열악하면 성장하기 어렵다. 반대로 기업환경이 좋으면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부쩍 높아진다. 물류, 고용, 금융, 투자 등 기업경영의 각 분야의 불합리한 규제가 사라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은 기업 내외부의 수많은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기술력 등 기업 내부 요인은 물론 교통 인프라, 자금조달, 고용제도, 세제 등 외부적인 요인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업이 외부적 환경이 우수한 곳을 원하는 이유다.
세계 각국이 기업에 좀 더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기업 유치를 위해서다. 이런 면에서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물류 기업인 D사의 울산 지사는 조선업 관련 하역과 수송을 전문으로 한다. 항구에서 하역한 조선 관련 제품과 장비를 실어 나른다. 문제는 육상의 도로 여건이었다. 도로 위에 설치된 신호등, 전기선, 통신업체의 케이블선이 운송의 장애물이 됐다.
지상에서 6미터 높이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별 장애가 안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일반 차량의 운행엔 지장이 없다. 하지만 골칫거리였다. 조선 관련 화물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통행에 장애가 됐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선이나 신호등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곡예 운전을 해야 할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안전운전을 하고 직원들이 교통정리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도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운송은 주로 밤에 이뤄집니다. 교통량이 많은 낮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서죠. 밤에 하다 보니 전기선이나 케이블선이 잘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화물에 걸려 전기선이 끊어지는 일도 생깁니다. 대책이 필요했죠.”
처음부터 전기선이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다. 지상 6미터 위였으므로 어지간한 화물을 옮기는 데엔 애로가 없었다. 하지만 조선업이 대형화하면서 화물도 커졌고 높아 보였던 지상 6미터의 전기선에 화물이 걸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산업발전의 속도를 공단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 셈이었다.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전기선을 지하로 묻고 신호등을 옮기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상당히 필요했다. 기업 차원에서 할 일은 아니었다. D사는 울산시에 문의를 했고 시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전력과 통신기업,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회의가열렸고 오래지 않아 합의점에 도달했다.
전선은 땅 밑에 묻었다. 신호등은 회전식으로 교체했다. 평소에는 도로 쪽으로 나와 있다가 차량이 통과할 때는 신호등이 회전해 차량이 자유롭게 통행하게 하는 장치다. 바람이 많은 울산 지역의 환경을 고려해 튼튼한 유압식으로 설계했다.
회사 측은 “개선 후 안전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장애물을 고려해 수주를 할 때 높은 것은 포기할 때가 적잖았는데 이제 아무 제한 없이 수주에 나설 수 있게 돼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 역시 기업환경을 좌우하는 중요 원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에 관한 제도에 관심이 많다. 중소기업 인력 중 상당수가 외국인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제도 개선은 중소기업에 큰 환영을 받은 규제개혁으로 평가된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S사는 최근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도 개선의 덕을 톡톡히 봤다. 종전까지 외국인근로자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도록 돼 있었다. 국내에 3년간 체류할 수 있었으므로 모두 3번의 계약을 해야 했다. 기업과 외국인근로자 모두 이 제도에 불만이 있었다. 기업 입장에선 매년 계약을 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인력운용에 애로가 있었다. 외국인근로자는 계약 종료 후 일자리가 유지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체류 3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외국인근로자는 1달간 출국한 후 돌아와야 했다. 이 역시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기업은 한 달간의 인력공백을 겪어야 했고 외국인근로자는 출국비용과 한 달간의 실업 및 그 후의 취업에 대한 불안을 감내해야 했다.
S사에는 최근 3년의 체류기간이 지난 외국인근로자들이 있었다. 과거였다면 이들을 출국시켜야 했다. 하지만 제도개선 후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외국인근로자들은 출국하지 않고 계속해서 S사에 근무하게 됐다. 숙련 근로자가 필요한 회사도, 출국비용과 향후 고용에 대한 불안을 모두 털어버린 근로자도 모두 만족한 규제개혁이었다는 평가다.
토목공사 업체인 C사는 불합리한 규제로 고통을 받은 사례다. C사는 2007~2008년에 공사 수주를 거의 하지 못했다. 건설경기 악화 영향이었다. 문제는 2년간 공사수주 실적이 2억5천만원 미만이면 4개월 동안 영업정지를 당한다는 규제였다.
2년간 7천만원을 수주한 C사는 꼼짝없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하지만 C사와 같은 사례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영업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 규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기업환경도 개선됐다. 대표적인 규제개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폐지를 들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규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출총제를 2009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폐지했다. 이 제도는 대기업집단의 중핵회사는 같은 집단 내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를 제한해 대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출총제의 폐지는 기업의 투자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6백대 기업 및 30대 기업집단 투자동향’에 따르면 이 제도의 규제를 받던 31개 기업 중 설문에 응한 26개 기업이 2010년 투자액이 전년에 비해 19.4 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답했다. 이는 전체 투자 증가율인 16.9퍼센트를 상회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 출총제 규제를 받던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계기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출총제가 폐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효과를 평가하기에 이른 측면이 있지만 규제 대상 기업들의 투자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출총제 폐지가 투자심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소기업청은 창업절차를 간소화해 신규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7개 기관을 방문하고 32개의 서류를 제출해야 했던 기존 행정절차를 2개 기관, 17개로 대폭 줄였다. 온라인 처리를 늘린 결과였다. 이에 따라 창업절차는 8단계 14일에서 4단계 7일로 대폭 줄었다.
1인 창조기업의 창업절차도 개선했다. 복잡한 행정절차가 창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란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1인창조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1월 4천1백70개이던 것이 2010년 4월에는 8천6백24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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