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에 새로 들어간 제42기 연수생들이 법무부의 법학전문대학원생(로스쿨생) 검사 선발 방안에 반대해 입소식에 불참하는 등 집단 반발했다. 이에 법무부는 ‘사전선발안’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2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는 제42기 사법연수생 입소식이 열렸으나 전체 974명의 신입 연수생 가운데 400여명만 참석해 입소식이 파행을 빚었다. 같은 시각 절반 이상의 연수생들은 기숙사에 머물거나 연수원 인근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입소식 식순 가운데 ‘임명장 수여’의 차례가 되자, 미리 앞좌석에 앉아 준비하고 있던 2명이 앞으로 걸어나와 ‘로스쿨 검사임용 방안 철회’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20여초간 서 있다가 나갔다. 김이수 연수원장을 비롯해 강단 위에 있던 교수진들은 이들을 말없이 지켜본 뒤 정해진 식순을 이어갔다.
집단 반발은 법무부가 각 대학원장의 추천을 받은 로스쿨 재학생을 검사로 우선 선발할 것을 검토한다고 지난달 알려지면서부터 예고됐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기숙사 건물 로비에서는 연수생들 100여명이 모여 입소식 거부 의사를 서로 확인했다. 연수생 정모(32)씨는 “로스쿨 원장의 ‘추천’에는 결국 인맥 등이 많이 작용할 것이고, 법무부가 말하는 ‘면접’에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연수생 오모(26)씨는 “로스쿨생을 바로 뽑는 것은 ‘법조일원화’ 취지에도 반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입소식에 참석한 연수생들도 “법무부의 방안엔 반대하지만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제41기 연수생들도 이날 성명을 내어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배출 전에는 연수원 수료자들만으로 신규 검사를 임용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배출 뒤에는 검사임용시험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신규 검사를 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회장 신영무)도 이날 오후에 성명을 내어 “로스쿨 학생에 대한 입도선매 행위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판검사를 임용하도록 한 현행법 위반일 뿐 아니라 법조일원화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인력 선점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수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법무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추천을 받은 학생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면접 등을 종합해 임용을 결정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으나, 이미 ‘사전 선발’ 안이 알려져 반발이 컸던 상황에서 뒤늦게 해명 자료를 낸 탓에 ‘문제가 되자 발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연수원 쪽은 “입소식 후 오후 지도반 활동에는 병가자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참석했다”며 “반발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대처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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