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의 친위병력이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시위대와 반정부 무장세력의 진격에 대비, 수도 트리폴리에 속속 집결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민주화 시위 사태 이후 두 번째로 대중연설을 하면서 이번 사태의 배후가 알-카에다라고 비난하면서 지지세력에게 시위대에 대한 대응을 주문, 양측 간 대결과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24일(현지시각) 트리폴리 거리에는다양한 군복을 입은 민병대와 용병 등 중무장한 비정규군 수천명이 배치됐고, 카다피의 용병부대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2천500명도 이번 사태 이후 리비아로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가 주민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무장 병력은 트리폴리 거리에서 주민들을 검문하며 수도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고, 탱크들도 지난 23일 트리폴리 시가지에 처음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동부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수도를 향하자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에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AP와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반 카다피 시위대와 무장세력은 이날 현재리비아 제2도시인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과 튀니지 국경 근처 즈와라 등 서부 일부 지역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리폴리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제3도시 미수라타도 반 정부 세력이 장악한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정부군 소속 병사 일부도 시위대 지지를 선언하며 카다피에게 등을 돌렸으며 반 정부 세력은 자체적으로 지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정부 세력은 또 라스 라누프와 마스라 엘 브라가에 있는 유전과 정유시설을 장악하고 시설을 보호 중이라고 주민들이 전했다.
앞서 카다피는 정부군과 추종세력에 가스와 원유 파이프라인, 석유시설을 폭파하라고 명령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카다피 친위 병력과 반 정부 세력 간 국지적 충돌이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50km 떨어진 자위야 지역에서는 이날 반 정부 세력과 카다피 친위병력 간 교전이 발생, 100여 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또 리비아 군대가 대공 미사일과 자동 화기를 동원, 자위야에 있는 이슬람사원의 첨탑을 폭격하면서 인명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카다피 친위 병력은 미수라타를 장악한 반 정부 무장조직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벵가지에서는 시위 세력이 아프리카 용병들을 생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세력은 오는 25일 트리폴리에서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이려 조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친위 병력과 또 한 번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반 정부 시위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이제 이 사안이 알-카에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자위야에 있는 당신들(시위대)은 빈-라덴 편으로 돌아섰다. 그들이 당신들에게 마약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리비아는)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는 권한이 국민들의 손 안에 있다.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권한을 바꿀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시위대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폭력사태를 당장 끝내라고 촉구했다.
앞서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는 리비아의 반 정부 세력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QIM은 성명을 통해 "당신들(시위대)의 싸움은 알라(신)를 사랑하는 무슬림 모두의 싸움"이라며 "우리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힘으로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카다피가 알-카에다의 역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를 시위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것은 급한대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국제테러 조직을 반정부 세력과 연계시킴으로써 움츠러든 자신의 입지를 다시 세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아울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한 뒤 자신에게 다가올 비난을 무마시킬 명분 쌓기용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 정부 시위 사태가 내전으로 확전될 조짐마저 보이자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키려는 각국 정부의 총력전은 이날 역시 계속됐다.
미국은 당초 전세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소개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자 600명 정원의 전세 페리를 동원, 리비아 인근 섬나라인 몰타로 자국민들을 피신시켰고, 프랑스는 공군기 3대를 트리폴리로 급파, 자국민 402명을 귀국시켰다.
한국 정부도 25일 항공기 2대를 동원, 출국을 희망하는 교민 560명을 태워 출국시키고 교민 철수 장기화에 대비해 청해부대 최영함을 현지에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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