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한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처의 연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7일 “이달 말까지 전월세 시장은 물론 매매시장 대책을 포괄하는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핵심은 DTI 완화 연장 여부”라고 말했다. 이 논리의 배경엔 현재 전세난은 매매수요가 전세로 눌러앉기 때문이며 DTI 완화를 연장해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전세난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세 사는 사람들이 집을 사야 하는데, 현재 가계소득 대비 집값 수준을 보면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주택거래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의 경우 전체 5분위(주택가격을 가격순으로 5등분한 것) 가운데 중간인 3분위의 주택가격이 4억3860만원에 이른다.
이는 중간계층(연소득 3673만원 기준) 가구가 11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장만할 수 있는 가격이다. 또 지난달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44.8%다. 집을 장만하려면 전셋값을 넘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1억∼2억원대의 전세금을 내고 사는 세입자들은 다시 억대의 돈을 대출받아야 집을 살 수 있다.
또 매매가 활성화되면 전세난이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안이한 인식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몇년간 추이를 보면, 전셋값은 매맷값이 오르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오히려 전셋값은 매맷값이 떨어졌을 때 하락했다.
2006년 이후 전국 주택의 월별 전셋값이 내린 때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4개월간이 유일했는데, 이때는 매맷값이 떨어지던 때였다. 이후 매맷값이 오르자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몇달간 집값이 오르고 거래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세난은 더욱 심화됐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모자라서 발생하는 수급문제이기 때문에 DTI규제 완화가 큰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참여연대는 8일 성명에서 “DTI 완화 연장은 전세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계부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중소형 장기전세주택의 대대적인 공급, 과잉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멸실주택의 수급 조절, 임대기간 갱신 청구권 1회 보장과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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