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계약’ 논란을 일으키며 중소기업들의 반발을 샀던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손해를 본 일부 기업에 은행이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불공정 상풍계약이 아니다”며 기업들이 낸 청구의 대부분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황적화 부장판사)는 비에취어쿠스텔㈜이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은행 쪽에 50% 책임을 인정해 “1억5145만원을 지급하라”며 29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은행은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에 비춰 기업에 과다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 권유했고, 통화옵션계약의 특성과 기업의 외화보유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특수한 위험성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를 비롯해 민사합의21(여훈구 부장판사)와 민사합의·22부(박경호 부장판사),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이날 118개 기업이 12개 은행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모두 19개 기업에 대해 6개 은행이 키코 계약으로 인한 손실 금액의 20∼50%를 책임져 620만~13억9689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7개와 6개 기업에, IBK 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각각 2개, 에스시(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개의 기업에 대해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그러나 이들 재판부는 “키코 계약의 기본 구조는 불공정하지 않다”며 은행의 ‘고객보호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대부분 기업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환율의 안정적 변동 국면에서의 이익과,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하는 환율의 급격한 하락·상승의 경우 생기는 위험이 상호 대가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선고된 첫 판결에 이어 이날 대부분의 사건에서도 은행들이 승소해 서울중앙지법에 남은 소송 50건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중인 중소기업들의 은행 고발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날 선고를 두고 “키코 계약의 공정성을 인정한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한 반면,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금융사기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오히려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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