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병의 공으로 일본 정부에서 후작의 작위를 받은 조선왕족 이해승의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결정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3자가 아닌 후손 당사자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재산조사위)의 국가귀속 결정을 뒤엎은 첫 확정 판결로, 비슷한 소송들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재산조사위의 국가귀속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이해승의 손자가 낸 상고심에서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한일합병의 공이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한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산조사위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후작의 작위를 받았다”(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7호)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지난 2007년 이해승의 경기도 포천시 선단동 192필지(192만5238㎡), 시가 318억4300만여원의 땅에 국가귀속을 결정했다.
이에 이해승의 손자가 친일재산 구속결정 취소소송을 낸 뒤 1심에선 재산조사위가 승소했으나, 2심에선 이해승의 손자가 승소했다.
이 소송의 국가쪽 대리인인 법무부 국가송무과 손영실 친일재산송무팀장은 “한일합병 조약에서 황실과 귀족, 유력 가문들에 대한 예우를 중시한 이유는 이들의 협력과 순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로 다른 소송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무부는 이해승의 손자가 제3자에게 판 228억여원의 땅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진행중이고, 같은 땅에 대해 이해승의 손자는 국가귀속 확인결정 무효소송을 낸 상태다.
재산조사위 위원을 지낸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데라우치 총독의 유고에도 ‘한일합병의 공이 있는 자에게 작위를 준다’고 적혀 있고,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에도 관련 규정이 있었다”며 “일본이 강제합병에 협력하거나 순응한 보상으로 종친들에게 작위와 은사금을 주며 특별 대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청풍군 이해승은 1910년 10월7일 일본 정부에서 조선인 귀족의 최고 지위인 후작의 작위를 받아 광복 때까지 유지했다. 또 1911년에는 한일합병의 공로를 인정받아 16만8000원의 은사공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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