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체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다진 황장엽(87·사진) 전 노동당 비서가 10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전가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황 전 비서가 자택 침실 안 욕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외부 상처가 없는 점 등으로 미루어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황 전 비서가 보통 오전 9시30분께 2층 거실 원탁 테이블에 앉아 있곤 했는데 이날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신변보호팀 직원이 방문을 두차례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어, 비상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황 전 비서가 욕실에 숨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후 황 전 비서의 주검을 부검한 뒤 이날 밤 주검을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 장례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정부가 주관하기 어려워 민간단체와 황씨의 수양딸 등이 치를 예정이며, 경찰은 장례식장의 민간인 통제 여부를 검토중이다.
황 전 비서는 지금껏 남쪽에 온 2만명 가까운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 인사다. 그는 1984년부터 북쪽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로 지내다 97년 4월 남쪽으로 온 뒤 주체사상의 재해석을 통한 ‘인간 중심 철학’의 정립과 ‘북한 민주화운동’에 힘을 쏟아왔다.
북쪽에 있을 땐 주체사상의 기초를 닦은 ‘주체사상의 대부’로, 남쪽으로 온 뒤에는 ‘북한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과 민주주의정치철학연구소 이사장으로 일했고, 다양한 북한 민주화운동 단체의 고문 등을 맡아왔다. 북쪽에 부인과 3녀1남의 가족이 있다.
한편 고인이 안치된 서울 아산병원은 밤새 수백명의 조문객이 발길을 이었다.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10일 오후 11시 20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박희태 국회의장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조화를 보냈다.
장례위원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명예 장례위원장으로 위촉하고, 황장엽씨가 관여했던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30여개 탈북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진 상태다.
위원회는 장례식이 5일간의 사회장으로 치를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4명에게 공동위원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장례위원회는 11일 오전 정확한 장례 절차와 방식 등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