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적십자 채널을 통해 수해지원을 위한 쌀과 중장비, 시멘트 제공을 남쪽에 요청했다. 정부는 북측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는 7일 “북한 조선적십자회가 지난 4일 오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남쪽이 수해물자를 제공할 바에는 비상식량, 생활용품, 의약품보다는 쌀과 수해 복구에 필요한 시멘트, 자동차, 굴착기 등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통지문을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 앞으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앞서 한적은 8월26일 조선적십자회에 수해지원 의사를 전달한 데 이어, 같은 달 31일에도 지원 품목과 규모(100억원), 지원 경로 등 세부 계획을 담은 통지문을 다시 발송한 바 있다.
한적의 대북 수해지원 계획에는 쌀과 중장비, 시멘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북쪽의 이번 요청은 이에 대한 수정 제안이다.
북쪽 요청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쌀을 지원할지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미 북한에 통보한 100억원 규모 이내에서 어떤 품목을 하는 게 좋을지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뭐가 필요하다고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명시적으로 요청했으니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라며 “이는 남북관계 흐름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월례회동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국민 수준이 높고 국민도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적절히 하려고 하며, 대한적십자사에서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일보 전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 역시 대북 수해지원에 긍정적인 뜻을 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가 한적을 통한 대북 쌀 지원에 나설 경우 대북 수해지원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등으로 이어지며 천안함 사건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북측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직원 철수, 천안함사태 등 집권초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도발행위를 언급하며 '북한이 먼저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이 상당부분 북한측에 있다'는 인식이 강했고 이에 대한 해결 없이 남측이 먼저 유화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문제를 매개로 남과 북이 '쌀과 중장비 등 수해지원 물자'와 '대승호 송환'을 주고 받으며 남북 사이에 빠른 속도로 화해모드가 조성되고 있다.
수해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북측은 남한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고 정부 출범초부터 2년 6개월이 흐르도록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남측으로서는 대북특사 등 대북관계 개선의 모티브를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남과 북의 주고받기가 계기로 작용해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섣부른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북 수해지원은 긴급구호와 인도주의적 성격이 있으며, 이번 지원은 정부가 아닌 한적 차원의 지원”이라며 "정부 방침에 크게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