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과 중국인 3명이 승선한 오징어채낚기 어선 '대승호'가 8일 동해 북쪽 해상에서 북한 당국에 나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8일 동해에서 조업 중 실종된 오징어 채낚이 어선 대승호가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추정되는 해상에서 북한 당국에 단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포항어업정보통신국은 8일 오후 2시35분쯤 위성전화를 이용해 대승호에 "지금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대승호에서 "네"라고 답했다.
이어 포항어업정보통신국이 "어디로 가느냐"라고 묻자 "북한 성진항으로 간다"라고 한 뒤 교신이 끊겼다.
나포된 대승호에는 선장 김칠이(58)씨와 김정환(52)씨,공영목(60)씨,이정득(48)씨 등 한국인 선원 4명과 갈봉계(38),진문홍(37),손붕(37)씨 등 중국인 3명이 승선해 있었다.
대승호는 지난 1일 오징어 조업을 위해 경북 포항 동빈항을 출발했고 다음달 10일 복귀할 예정이었다.
대승호 나포와 관련해 북측은 아직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측이 '단속'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미뤄 대승호가 북측 해역을 불법 침범해 나포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대승호 나포사실이 공식 확인되면 군사채널을 통해 북측에 조속한 송환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경 관계자는 "대화퇴어장이 북한 수역과 인접하기 때문에 북한해역(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해 조업했는지 등을 광범위하게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승호가 북측에 '단속'된 좌표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대승호가 돌아오면 관련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포된 대승호 선원 가족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선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가족들은 언론 등 외부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포항수협은 8일 " 오늘 오후 1시쯤 선주 김칠이씨가 위성전화를 이용해 가족에게 북측 경비정에 의해 나포돼 북한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포항수협은 수협 사무실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상황 파악과 함께 대책마련에 나섰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쪽이 앞으로 어떤 방침을 밝힐지가 남북관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북쪽이 의도적으로 어선을 나포한 것이 아니라 ‘북쪽 해역’에 들어간 남쪽 어선을 조사하기 위해 ‘단속’한 것이라면 과거 사례처럼 선원과 선박을 조건 없이 송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5년 4월 ‘황만호’와 2006년 12월 ‘우진호’ 등은 북쪽 영해로 들어섰다가 각각 3일, 18일 만에 귀환했다. 특히 대승호에는 북쪽의 우방인 중국인 선원 3명이 탑승하고 있어, 북쪽이 크게 문제삼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북쪽이 어선 조사를 장기화하면서 남쪽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대승호 사건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천안함 대응 강경책을 강조하는 남쪽이 물러설 가능성은 낮아, 남북 경색 국면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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