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경부 '감세논쟁' 보고서, 근로자 63% 연간 혜택 몇만원…"효과 없어"
재정경제부가 지리하게 계속되던 감세논쟁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재경부는 1일 '감세논쟁 주요논점 정리' 보고서를 배포하고 우리나라에서 감세정책 채택이 곤란한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감세정책은 주로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것으로, 소득세를 2%포인트 인하하고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및 세율 인하 등을 추진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주요골자이다. 정부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재경부, 기획예산처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감세는 세수기반은 물론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뿐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효과는 미비하다"고 누누이 지적해 왔다. 가처분 소득증가 저축땐 경제활성화 효과 불확실이번 보고서는 감세주장에 대해 정부의 반대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결정판인 셈이다. 물론 감세논쟁이 11월 정기국회에서 여야간에 더욱 거세게 불붙을 전망이지만, 감세 자체가 국가의 재정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재경부는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감세정책은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점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가처분소득 증가가 저축으로 흡수되는 경우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 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세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집중돼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세입기반을 항구적으로 잠식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반면, 재정지출 확대는 직접수요를 증가시켜 경제활성화에 효과적이고 세입기반 잠식 등의 문제가 없다"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재경부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감세정책'을 채택할 수 없는 이유로 △높지 않은 세율 수준 △감세에 따른 소비·투자효과 불투명 △큰 폭의 세수감소와 어려운 세입여건 등을 꼽았다. 소득세 최고세율 35%…OECD 평균보다 낮아 ◆ 세율 '적정수준', 더이상 낮추면 재정건전성에 치명타 재경부는 현행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율이 주변 경쟁상대국이나 OECD평균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소득세의 경우 우리의 최고세율은 35%인데 반해 일본이 37%, 중국 45%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OECD 회원국 평균 37.26%보다도 낮다. 법인세도 OECD 회원국 평균 26.7%보다 아래인 25%이다. 부가가치세(10%)의 경우 일본은 5%로 우리의 절반수준이지만 중국은 17%, OECD 회원국 평균은 17.7%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재경부는 또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2002년 각각 10%포인트, 1%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올해에도 각각 1%포인트, 2%포인트를 추가 인하했다"며 "여기에 2001년 냉장고, 청량음료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한데 이어 2002년 특별소비세율을 인하했으며 지난해에는 다시 PDP TV, 에어콘의 특소세를 폐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세율도 낮은데다 정부가 꾸준히 세율 인하를 추진해 국민의 세부담은 ‘적정수준’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감세의 이론적 토대인 공급경제학파의 '래퍼곡선'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래퍼곡선은 현재의 세율이 적정수준을 초과하는 고세율 상황하에서는 세율인하가 조세수입 증가로 이어지게 되지만, 국가별 적정 세율수준을 알기 어렵고 저세율 국가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근로소득자 · 자영업자 절반 소득세 안내◆ 감세의 소비와 투자 견인효과는 부정적 재경부는 또 대부분의 근로자나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감세조치를 하더라도 소비증대 효과가 미미하며 세부담 형평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근로소득자·자영업자의 절반이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으며, 기업의 34%가 결손으로 법인세 면세대상이기 때문에 이들은 직접적인 세금경감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근로자 가운데서도 63%, 자영업자의 65%는 과표구간이 1000만원 이하로 각각 평균 17만 5000원과 31만 6000원의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감세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를 적용할 경우 평균세액인 17만 5000원(2003년 기준) 가운데 4만3000원이 줄어든다며, 이 정도로 소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 감세조치시 가장 많은 경감혜택을 받게 된다. 이로인한 가처분소득은 늘어나겠지만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소비증대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대비해 저축율이 높고 해외소비도 많아 감세를 하더라도 소비진작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업투자 측면에서도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의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조세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현재 같은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자금 면에서는 투자여건이 양호한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투자 증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실제 상장기업의 현금보유액은 2003년 상반기 19조7000억원에서 2004년 3월 23조3000억원을 증가했고 올해 3월에는 26조4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자금이 풍부하고, 제조업 매출액의 경상이익률도 2003년 4.7%에서 2004년 7.8%로 높아지는 등 투자여력이 양호하다. 세율 1%P만 인하해도 연간 6조6000억원 세수감소◆ 감세, 세수부족 해결 못한다 감세정책은 국가재정에 여유가 있거나 구조개혁을 통한 세수확보 등 특정한 정책목표와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4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4조6000억원 수준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년에도 세출을 전액 세입으로 조달하기 어려워 9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세수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세입여건과 세수결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감세정책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특히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는 기간세에 해당돼 전체 국세수입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세율을 1%포인트만 인하하더라도 연간 6조6000억원의 세수감소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세수감소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감세조치로 인한 재정적자는 향후 재정운용에 부담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한번 인하된 세율은 복원하기 어렵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내렸다가 향후 재정적자 등이 발생해 증세 조치를 하는 경우 민간소비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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