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훼손되지 않을 것' 인식 확산…서울 아파트값 하락폭 더 커져
정부가 내놓은 8.31부동산정책이 입법화 전인데도 곳곳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가파른 집값상승을 주도해 왔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경기 용인, 분당 등 수도권도 평형에 관계없이 집값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정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데다, 부동산투기 근절과 집값 하향안정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이 대단히 높아 쉽게 정책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부동산시장 조기경보시스템(EWS) 점검결과에서도 8.31부동산정책의 효과가 여실이 나타났다. 건교부에 따르면, 8월말을 기준으로 한 주택시장의 위기경보 단계가 전달(주의, S-3)보다 한단계가 낮은 정상(S-1) 단계로 하향조정됐다. 토지시장도 확장기 위기신호가 7월 4개에서 8월 3개로 감소해 7월 '주의'(S-3)에서 '관심'(S-3)로 낮아졌다. EWS는 시장 확장기에는 유동성·금리 등 15개 지표, 시장 수축기에는 산업생산지수·임금수준 등 10개 지표의 움직임을 종합해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등 5단계로 시장상황을 판단,1년 이내에 부동산시장의 위기발생(가격급등)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을 말한다. ‘관심’단계는 1년 이내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40%이며 ‘주의’는 50%이다. 특히 전문가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부동산시장 동향실사지수(RESI) 예비조사결과도 기준치(가격보합)보다 낮은 58.3으로 나타나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며, 토지시장에 대해서도 83.3으로 땅값 하락을 전망하는 견해가 많았다. RESI는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향후 시장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이면 보합, 100 이상이면 상승 100 이하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을 뜻한다. 재건축 아파트값도 하락폭을 확대하며 하향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8%의 변동률로 지난 주(-0.05%)에 비해 하락폭이 커졌다.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1.22%의 변동률로 크게 하락해 지난 2003년 10.29 대책 직후인 2003년 11월 중순(-1.78%)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강동(-2.34%), 서초(-1.67%), 송파(-1.15%), 강남(-0.55%)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하락세를 주도하면서 마포(-/23%), 서대문(-0.15%), 은평(-0.04%) 등 다른 지역으로도 하락세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주택·토지시장 안정 및 집값 하락세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및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실거래가격 조사시스템 도입 등이 구체적으로 제도화가 확정된 후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16일 열렸던 한국은행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10개 국내 시중은행 및 국책 은행장들도 "8.31부동산정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하락이 시작되고 인기지역 아파트의 신규분양 청약경쟁률이 떨어지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집값 하락은 추석 이후 본격화 돼 내년까지 하락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집값의 본격적인 대세 전환시기를 추석 이후로 잡은 이유에는 이번 부동산정책이 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번 부동산정책이 입법과정에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확실히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정책 추진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가 입법과정에서도 이번 정책이 부정적인 국회의원들을 적극 설득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8·31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15개 법률제개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차질없이 추진할 것" 이라며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된 부동산 종합대책이 원안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 등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8.31 부동산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을 위축시키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해 단기적으로는 소비. 건설투자 등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발표했다. 특히 대기중인 400조원의 유동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돼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경우 이 역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자산효과의 주요 대상인 2주택 이상 보유 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5%에 불과한 데 비해 이들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무주택가구(전체 가구의 약 45%)의 경우 내집 마련에 필요한 저축 규모가 줄어들어 경제 전체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1주택 보유 가구는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자산효과의 크기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 등의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 지역 이외의 1주택 보유 가구에게는 주택의 상대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8.31 부동산정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1가구2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규제 등으로 더이상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인식 확산으로 부동산이 가계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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