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의 정도가 심각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법원이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조두순 사건'과 같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는 일도 없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1일 제 22차 정기회의를 열고, 아동성범죄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양형위에 따르면 앞으로 아동성범죄자가 범행 당시 가학적이거나 변태적인 행위를 할 경우, 가중적 특별양형인자로 인정돼 권고 형량으로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했다.
가학적이나 변태적인 행위에는 '아동에 대한 결박'이나 '도구를 사용한 신체에 대한 침해', '이물질을 삽입하는 행위'등이 포함됐다.
또 학교 안이나 등하굣길, 공동주택 내부의 계단, 승강기와 같이 13세 미만 피해자에 대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장소에서 벌어진 범행 역시 앞으로 양형에서 가중사유로 적용된다.
양형위는 범행을 저지를 당시 술을 마셨더라도 심신미약 상태까지 이르지 않았다면 형 감경요소로 고려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술을 마시고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판사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 만으로는 감경사유가 될 수 없다.
예컨대, 술은 마셨지만 정상적인 판단이 어느정도 가능한 정도로 취했다면(심신미약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아예 감경사유로 고려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유기징역형의 상한선을 늘리는 안에 대해서는 일단 법개정 절차를 지켜보는 선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이미 국회에 형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황에서 양형위가 이에 앞서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논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양형위의 이번 개선안은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엄벌 의사를 어느정도 내보인 것으로 읽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을 전망이다.
가중적 특별양형인자로 새로 추가된 '가학적, 변태적 침해행위'의 경우, 기존 가중인자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경우'와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실제 재판실무에서는 하나의 양형인자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정도로 가학적 변태적 침해행위를 했다면, 2개의 가중인자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종전대로 하나의 가중인자만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새로운 양형인자가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기존 양형인자가 적용되는 폭이 넓어진 정도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특별보호장소에서의 아동성범죄의 경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인자인 것은 맞지만, 과연 특별보호장소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할 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가령 등하굣길이 특별보호장소로 명시된 반면, 아동들이 학원을 오가다 변을 당했을 경우 이를 과연 특별보호장소에서 이뤄진 범행으로 봐야 할지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한편 양형위는 이같은 특별양형인자를 새로 만들어 앞으로 조두순 사건과 같은 유사한 범죄에서 무기징역형이 권고형량으로 제시되는 개선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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