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이어 중소기업의 부실채권을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하는 방안이 은행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여러 은행에 빚을 진 다중(多重)채무 중소기업이 부실화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등 일부 은행들은 개인 신용불량자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부실채권을 한 곳에 집중해 처리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여러 은행에 빚을 진 중소기업이 부실화됐을 경우 은행들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개인 신용불량자 처럼 배드뱅크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다른 은행들과 협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배드뱅크 설립시 ▲해당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와 처리내용 공유 ▲ 공동 추심 및 채권회수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 ▲정상화 지원 및 인수·합병(M&A) 용이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감축 등의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에따라 이달 중 다른 시중은행 중소기업 여신 담당자들과 모임을 갖고 이같은 배드뱅크 설립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들은 개인 여신과는 성격이 다르고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개인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대부분 담보여신인데다 채권자도 은행 외에 보험사, 상거래 채권자, 사채업자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어 은행끼리 배드뱅크를 만들어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의 임원은 "배드뱅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보지만 출자나 재무제표 연결, 사후정산 등의 복잡한 문제가 걸려 있다"며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배드뱅크를 설립할 정도로 부실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은 자금난에 몰린 중소기업에 대해 다른 은행들과 공동으로 워크아웃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한 은행이 나서서 채무 재조정과 자금지원을 해주더라도 다른 은행이 채권을 회수한다면 정상화 지원은 물거품"이라며 "사례별로 공조할 수도 있지만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은행권이 공조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7월 채권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워크아웃 공조 방안을 한때 논의했으나 은행간 이견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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