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수주 작년비 7배 급증 53억달러…시장다변화도 성공
나이지리아- 15억 달러 상당 철도 전면 개보수, 석유ㆍ가스 생산 관련 향후 5년간 400억 달러 이상 발주 예상. 알제리- 주택 100만호 건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따른 도로ㆍ항만ㆍ공항 건설. 최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노무현 장관을 수행해 방문한 두 국가의 향후 건설 계획. 추 장관은 이들 국가와 각각 협력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리 기업들이 이같은 국가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유가 상승과 맞물려 제2의 해외건설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 건설기업들이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0년 해외건설 역사상 여섯 번째로 수주 실적 1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두 달동안 무려 53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배가 넘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2000~05년 9%에 그쳤던 아프리카 지역 수주 비중이 올 들어 19%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시장다변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축적된 노하우에 ‘고유가’ 날개 달다 해외 건설 호황의 직접적 요인은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가 상승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넘쳐나는 오일달러가 석유 생산시설, 송유관, 저장시설 등 플랜트(산업생산 설비) 건설에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GS건설 송하청 팀장은 “물에 고기가 많다”고 단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같은 오일달러 특수도 우리 건설기업들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 기술력이 없었다면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송 팀장은 “이란과 카타르 등지의 플랜트 공사를 모두 공사 기한보다 일찍, 그리고 하자없이 완공한 실적을 인정받아 최근 이집트에서도 수주할 수 있었다”며 “국내 건설업체들은 기술적인 경쟁력 외에도 같은 품질의 자재를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2000년 이후 설계부터 시공까지 종합적인 역량을 키워온 것도 최근 호황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대부분 해외 공사가 ‘일괄 발주’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설계만 하고 시공은 하청을 줘야 하는 회사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국내 건설업계는 2011년까지 오일달러로 인한 해외건설 특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프리카, 오지를 뚫고 황금을 캐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나이지리아는 최대 산유국이며 세계적으로도 7대 석유생산국 안에 드는 ‘노른자’다. 이 곳 나이지리아에서 우리 업체들은 아프리카 전체 수주액의 75% 수준을 수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은 그간의 건설 공사를 차질없이 수행하면서 나이지리아 정부와 에너지 전문기업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신뢰를 얻기까지는 밀림 속 늪에 송유관을 깔아야 하고 때론 현지인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대표적 기업인 대우건설 김남철 팀장은 “나이지리아에서의 공사는 다른 업체와의 경쟁보다는 현지 자연환경과 원주민들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원주민들은 자기 지역에 공사를 하려면 고용과 원조, 각종 개발사업 등을 요구하는데 이 과정은 때론 총격전을 벌일 정도로 살벌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오랜 기간 사업을 해 오면서 이제는 우리 직원이 ‘명예 추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지역민들과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무려 15억 달러 가량의 수주 계약을 맺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면에는 이같은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프리카는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많고 최근 들어 각종 도시 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제2의 중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그 곳에서 악전고투하며 황금을 캐고 있다. ◆체질 개선! 기술집약 고부가가치 위주로 최근 해외 건설 호황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과거 낮은 노임을 바탕으로 한 토목ㆍ건축 분야 중심에서 플랜트 중심의 대규모 공사 위주로 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0년 이전에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에서 토목ㆍ건축이 72%를 차지했으나, 2000년 이후로는 상황이 뒤바뀌어 플랜트가 7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토목ㆍ건축 공사의 경우 원가도 많이 들고 과당 경쟁으로 인해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플랜트 공사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만큼 부가가치가 크고 경쟁도 비교적 덜한 편이다. 기술력이 없이는 뛰어들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력이 뒷받침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최근 무분별한 수주전을 벌이기 보다는 수익성이 담보되는 공사 위주로 총력전을 펼치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의 공사는 가급적 지양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우건설 김 팀장은 “현재 우리 역량으로는 현재보다 더 많은 수주를 따 내 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안전과 수익성이 확보되는 공사에만 집중하는 등 내실을 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총력 수주 지원 다시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수주가 확대되면서 예상되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건설 인력풀(Pool)을 운영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한 원활한 인력 수급을 돕는다. 또 중소기업 수주지원센터를 설치해 입찰ㆍ계약 상담 등을 지원하고 시장개척자금도 중점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수주 확대 등을 위해 해외건설펀드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추 장관의 아프리카 방문과 같은 건설 외교를 적극 실시할 방침이다. 중동지역 발주처 인사 초청 및 고위급 방문 외교를 펼치는 한편 쿠웨이트에는 주재관 파견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아프리카 외에도 중남미, 아시아 지역과의 건설 외교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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