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제3차 서울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북정책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오전 10시40분에 시작한 접견은 예정 시간을 30분 넘겨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합의를 진행할 때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들의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비슷한데 1인당 배출량은 중국이 훨씬 적기 때문에 중국은 아직 여력이 있다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교토의정서에 반대하던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기후변화에 적극 앞장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며 “미국이 앞장섰기 때문에 세계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저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주도한 교토의정서가 실패한 이유는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중국이나 인도는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세계의 의식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년 전에는 미국 민주당도 (탄소배출량 규제보다) 경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도 생각이 바뀌었고, 존 매케인 같은 공화당 의원들도 많이 동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는 중국에서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중국은 거대한 인프라 사업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이런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라고 하면 너무나 어렵고 추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중국측에 강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방위력이 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북한에 손을 벌리고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되 강한 자세를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과 로버트 게이츠를 각각 국무,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만 봐도 이런 철학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면서 “남북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에 한·미 양국이 함께 긴밀히 협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접견에 앞서 이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고 덕담을 건넸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인데도 이렇게 환대해 줘서 고맙다.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앞서 본관 도착 후 방명록에 “한국에 다시 와 기쁘다”(It is good to be back)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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