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등 호가 떨어져도 거래없어… 강남 재건축 3개월 만에 하락세
최근 정부의 집값 거품 경고 이후 호가는 떨어지는데도 매수세는 따라붙지 않는 ‘눈치보기’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거래 소강상태가 지속되면 머지 않아 본격적인 가격 하락이 시작된다는 것이 일선 중개업자들의 전망이다. 호가 떨어져도 실거래는 없어지난 25일 강남구 대치동 ㅅ공인중개소 김 모 사장은 “집값거품 논란 이후 거래 자체가 사라졌다”며 “매수·매도 양측이 모두 ‘좀 더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은 지난 4월초 13억 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2억 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호가가 떨어져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근처 미도, 우성, 선경아파트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치동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개포동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저층 재건축단지에 이어 개포주공 5·6·7단지 등 중층 단지들도 호가가 떨어지는데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포동의 ㄱ공인중개소 고 모 사장은 “10억 원을 호가하던 5단지 31평형의 가격이 5,000만∼8,000만 원 가량 떨어졌는데도 매수 문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단지에서도 호가가 10% 가량 떨어진 매물이 평소보다 30∼40% 가량 늘었는데도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잠실동 ㄴ공인중개사 송 모 사장은 “평소 10개 안팎이던 매물이 최근 13∼14개 가량으로 늘었다”며 “하지만 매수자는 앞으로 1억∼2억 원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거래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부진은 본격적인 하락 전주곡이처럼 거래가 사라진 것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수자들이 거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집값이 떨어질 때는 매수세 실종→매도·매수 호가 간 격차 확대→호가 하락→거래부진→본격 하락 등의 수준을 밟는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거래부진은 본격적인 집값 하락의 직전 단계라는 것이다. 지난 26일 건설교통부의 ‘최근 주택시장 동향 및 시장전망’에 따르면 서울 강남, 송파, 서초, 강동 등이 포함된 9개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주간 신고건수가 지난 3월 셋째주 1,182건에서 이달 셋째 주 647건으로 45%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강남 3구는 529건에서 246건으로 53% 줄어들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는 마찰적 기간을 거쳐 가격 하향조정이 이뤄진다”며 “강남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사상 최저치인 41.9%까지 떨어져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매매가의 일방적 상승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남 재건축 3개월 만에 떨어져집값 하락의 조짐은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간 집값동향 조사결과 지난 22일 기준으로 강남 3구 재건축은 0.6% 하락해 지난 2월 정부의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방침 발표 이후 3개월 만에 떨어졌다. 지난 1일과 비교해 강남구가 1.6% 상승에서 0.4% 하락으로 반전됐고, 서초구(1.7%→-0.3%)와 송파구(0.7%→-0.8%)도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재건축을 포함한 강남 3구 전체 아파트 상승률도 지난 1일 0.9%에서 지난 22일 0.1%로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19일∼26일 기간 중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16% 떨어져 올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또 서울지역 아파트값 변동률도 0.15%에 그쳐 지난주(0.33%)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동산컨텐츠팀장은 “정부가 연일 집값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 발언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매수자들은 하반기 아파트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급매물조차 구입을 꺼리고, 집주인들은 주변 중개업소에 거래 상황과 가격 전망을 문의하며 매도 시점을 타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박선호 주택정책팀장은 “향후 5년간 강남권에 이 지역 전체 주택의 42%에 해당하는 10만 가구가 공급되는데다 대폭 강화된 보유세·양도세와 재건축부담금 부과 등으로 앞으로 다주택보유의 투자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뒤늦게 강남아파트를 샀다가는 투자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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