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처-중앙일보 ‘재정규모,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정부 재정규모 국제비교 및 재정통계 기준을 둘러싼 국민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규모,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민간 경제경영 연구단체인 사단법인 국가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하고 기획예산처와 중앙일보가 공동 후원한 토론회에는 정부 관계자·학계·언론계 인사와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우리나라 재정규모 산정 기준과 발전방향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 옥동석 인천대 교수(무역학)가 각각 발제를 했으며,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김병화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패널로 참가해 재정규모의 국제비교의 타당성 여부와 정부의 현행 재정통계 기준의 적절성을 놓고 열띤 공방을 펼쳤다. 이날 토론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 재정규모 통계의 국제비교가 과연 합당하게 이뤄졌는지와 정부 재정범위 통계의 기준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로 집약됐다. 토론자들은 재정규모의 국제비교는 동일기준으로 해야 하며 이 부분에서 언론의 추정치 보도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는 “재정규모 국제비교의 중심지표는 일반정부이며 중앙일보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공기업으로 분류된 61개 기관을 공공비영리 산하기관으로 재분류(일반정부에 포함시켜)해 재정규모의 GDP 비율을 6.4%포인트(50조4000억 원)나 높이는 결과를 산출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의 문제제기에 지지 의사를 보낸 나성린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자의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규모와 통계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통계 인프라와 관리문제는 앞으로도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현행 정부 재정범위 산출 기준의 적정성 여부와 공기업을 일반정부에 포함시킬 때 그 기준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패널들은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먼저 중앙일보가 61개 공기업을 일반정부에 포함시켜 재정규모를 추정한 것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논란이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통계 산출 지침인 GFS 국제기준에서 권고하고 있는 '시장성 기준'을 적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다른 기준을 적용했을 때 GDP 대비 재정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탐사기획의 자문역할을 한 옥동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시장성 기준'을 적용할 만한 회계자료가 충분히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성 기준' 대신 '파산 때의 정부책임 여부'와 '공공성'의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황성현 교수는 산하기관(정부)과 공기업을 분류하는 국제기준은 시장성 기준이라며 GFS 국제기준이 기관분류의 원칙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공식을 제시하지 않아 판단의 문제가 개입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판단이 반드시 '해당 기관이 판매하는 산출물 가격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가지는지'를 따지는 시장성의 개념'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옥 교수는 "경제적으로 유의한 가격 여부(시장성)에 대해 가치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상당히 많다"면서 "중앙일보가 제기한 것처럼 '파산 때 정부책임이 인정되고 정책적 성격이 강한 공공성이 높다면 그 공공기관은 정부로부터 상당하고도 암묵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이번 논란의 핵심쟁점은 61개 기관을 산하기관으로 재분류한 기준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이러한 방식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면 지금까지 정부 통계가 잘못된 것이고 이것이 국제기준이 아니라면 중앙일보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중앙일보의 기준에는 아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장성 기준이 빠져있고 웬만한 공기업을 모두 산하기관에 포함시켜 정부 씀씀이를 측정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반정부에 어떤 공기업을 포함시킬 것인지 기준에 대해 황 교수는 “시장성 기준으로 하지 않고 (중앙일보 추정 대로) KBS를 일반정부로 포함할 경우 KBS의 드라마 광고가 엄청나게 늘어나 수입이 많으면 내년에 예산 짤 때 그만큼 정부 세입이 늘어났으니 세금 깍아줄수 있겠느냐”며 풀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화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기업이 재무제표를 만들듯이 한국은행은 우리 정부 활동의 손익계산서를 국제기준에 맞게 제대로 파악하고 일반정부 통계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작성해 이를 OECD에 보낸다"며 "다만 일반정부의 재정분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정부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를 통해 통계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이날 토론 과정에 ‘큰정부-작은정부’ 논란도 불거졌다. 황 교수가 주제발표에서 “우리정부는 (재정) 지출(규모)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정부”라고 말하자, 나성린 교수는 작은 정부론을 반박하며 “정부규모를 재정규모나 공무원 수로 따지는 것은 자의적 대안일 뿐 절대적 기준이 아니며 이 보다는 정부 역할과 간섭의 정도, 규제의 양으로 따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교수가 “우리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를 40%로 가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부담률을 1~2%올려 노령화 대비 등 복지에 쓰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나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2~3% 올라가면 세수가 자연적으로 늘어난다. 세금을 늘리자고만 얘기할 게 아니라 정부가 잘 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까지 양 측면을 모두 얘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차이와 일반정부 포함여부 논란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학계가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시장성과 조직이론의 조화시켜 우리 실정에 맞고 국제적으로도 합당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5일 중앙일보의 '국가 재정규모 국제비교' 보도 및 통계왜곡 논란과 관련 기획예산처 변양균 장관이 "사실관계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키고 국민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개토론을 열자"고 제의 한 뒤 중앙일보가 이를 받아들여 이뤄졌다. 토론 사회를 맡은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정부와 언론이 견해차이가 있을 때 함께 모여 앉아 토론하게 된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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