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다음달 중 전문 연구기관 용역을 발주하고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건설교통부는 29일 정부와 정당대표, 시민사회단체, 업계 및 주택분야 전문가 등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가칭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다음달 출범키로 했다. 건교부는 이미 위원회의 성격, 위상, 조직, 구성 등에 대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며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위원 인선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이익과 시장 질서의 조화정부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의 큰 틀은 '공공의 이익과 시장 질서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다. 전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공공이익과 시장질서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될 수 있는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과 시민사회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고 있어 이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주택이라는 공공재의 가격 결정을 전적으로 시장원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승적 이익차원에서 논의를 하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여 진다. 그러면서도 “제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줄여줘야 하며, 전체 부동산 공급시장을 교란시키는 그런 급작스런 정책 변경은 없도록 아주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서 건설업체 등 시장의 규칙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건교부에서 더 연구하고 경제보좌관실도 더 들여다 본 뒤 최종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하겠다”며“이렇게 될 경우 공급이 달리거나 값이 폭등하지 않도록 (공공부문이)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하고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는 계획을 지금 세우고 있다”고 덧붙여 원가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대책도 아울러 마련할 것임을 밝혔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 거세우리 사회의 분양원가 공개논의는 최근 판교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은평뉴타운 등에서 잇따라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가 불거지고, 이로 인해 집값 불안이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과도하게 오르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집값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택지에서 짓는 아파트에 대해 중소형(전용 25.7평 이하)은 7개 항목(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용 등)을, 중대형(전용 25.7평 초과)은 2개 항목(택지비, 택지매입원가 등)을 각각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부분적 원가공개로는 고삐풀린 분양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공개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 4월 원가공개 확대 시행공개확대 방향은 두 가지다. 먼저 지금처럼 공개대상을 공공택지 아파트로 한정하되 공개범위는 지금보다 세분화하는 방안이다.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간접적으로 민간 건설사의 고분양가 책정 관행에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공개대상을 민간택지 아파트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가급적이면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서 필요하다면 공개 대상과 공개 항목을 민간택지로까지 넓힐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달 설치될 가칭 ‘분양가제도 개선위원회’는 구체적인 분양원가 공개 확대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공개항목 △객관적인 원가산정을 위한 회계기준 △원가의 검증주체·검증기준·검증방법·검증결과에 대한 처리문제 △시행시기 △법률사항 △공개 이후 공급위축 가능성 등에 대한 보완책 등을 심도깊게 검토하게 된다. 또 위원회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달 전문연구기관에 연구용역도 발주할 예정이다. 위원회 활동, 관련 연구 등을 거친 뒤 최종 입법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공개 확대 시행시기는 이르면 내년 4, 5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의원입법 절차를 밟으면 시행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입법에 앞서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대책 충분히 마련할 것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던 아파트 분양가는 IMF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1998년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경기 활황을 등에 업고 분양가 고공행진이 본격화됐다. 특히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주변 집값을 자극해 고분양가→주변집값 상승→더 높은 분양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투명하게 분양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건설사들이 실제 투입된 원가가 아니라 이미 크게 오른 주변집값을 기초로 분양가를 정함으로써 과도한 이윤을 벌어들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건설사의 과다이윤을 억제해 집값 상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원가가 공개될 경우 건설사들의 주택공급이 위축돼 장기적으로 집값 불안의 불씨를 키울 뿐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은 만큼 원가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예상되는 부작용으로 △원가 공개 후 미분양 때문에 기업이 적자가 나면 정부가 물어줘야 하는지 △주공 등 공공기관의 이윤이 박해질 경우 임대주택 사업 등 공공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지 △민간업체의 주택공급 감소 우려 등을 꼽았다. 특히 민간의 공급위축으로 향후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노 대통령은 “공공분야에서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할 수 있는 그런 계획을 지금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부동산정책회의에서도 노 대통령은 “주공, 토공 등 공공부문이 서민주택의 시장가격 조절에 개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이를 위한 자금조달 문제 등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아파트 등 주택도 상품인 만큼 원가공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세상 어디에도 제조원가를 공개하는 상품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택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거래되는 상품인 동시에 주거복지에 필수적인 공공재라는 특성도 함께 갖고 있다. 주거복지 문제를 시장에만 맡길 경우 필연적으로 시장실패의 문제가 발생한다. 규제를 통한 정부 개입은 이러한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당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일부 건설사들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친 폭리를 취하며 주택시장을 왜곡시켜왔으며, 이처럼 통제력을 상실한 자율이 결국 정부의 규제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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