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에너지 등 공공부문도 유보…공공성 훼손 없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서울에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지난 1차 협상이 양국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2차 협상은 상품을 비롯한 섬유·농산물의 양허안 및 서비스·투자 분야의 유보안 등 핵심쟁점 사항을 논의하는 본게임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 대표단은 농림수산물의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양허 제외를 포함해 장기간 이행기간을 확보하는 한편, 저율관세할당(TRQ) 등 다양한 양허방식을 활용해 최대한 개방폭은 낮추고 기간은 늦추기로 했다. 이를 위한 협상전략으로 농산물과 비교우위에 있는 섬유와 상품 등 3개 분야를 하나로 묶어 양허안을 동시에 교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이 수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섬유분야 등을 협상의 고리로 삼아 취약분야인 농산물을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경쟁력 우위를 보유한 공산품은 최대한 양허, 높은 양허 수준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즉 자동차·섬유 등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미측의 관세율을 폐지하거나 최대한 낮출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비스 분야에 있어서는 교육·의료·전기·가스·에너지 등 공공부문을 유보안(시장개방 불허)에 포함시켜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고, 특정 서비스업으로의 진출요건이 서로 다를 경우 상대국의 진출을 제한하는 상호주의 원칙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종훈 한미FTA협상 수석대표는 "안경점은 국내 규정에 우리나라의 자격증 소지자만 개업하도록 돼 있어, 이를 유보하지 않으면 아무나 안경점을 개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유보안에 추가했고, 선원에 대한 교육서비스의 경우 해양수산연구원에서만 하도록 돼 있어 개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측이 강하게 개방을 요구하고 이는 택배 및 법률시장도 유보안에 포함시켰으며, 일부에서 이행의무 부과금지 조항 때문에 스크린쿼터를 못 지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73일로 축소된 스크린쿼터도 유보안에 담았다. 금융서비스 분야의 유보안 협상은 2차 협상에서 다루지 않고 9월에 열릴 3차 협상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학교 급식 사업에 대한 미국자본의 진출을 막는 동시에 FTA 협상으로 불가피하게 정부조달 시장의 진입장벽이 완화되더라도 중소기업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조항을 마련키로 했다. 경쟁력이 약한 투자 분야의 경우 일시적 세이프가드 조치 도입의 필요성을 견지하고,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에 대해서는 분쟁대상 범위와 재판 공개여부 등을 두고 한미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대표는 "분쟁대상을 국내 법령에 국한시킬 것인가 투자 인가내용도 포함시킬 것인가, 또 분쟁해결을 위한 중재재판부의 심리를 공개하고 제3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등에 대해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구제 분야의 경우 우리 기업의 실질적인 대미 시장접근을 위해 반덤핑 및 보조금 상계관세 등의 실질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계획이며, 세이프가드 조치 관련해서는 다자 세이프가드의 상호 적용 배제를 요구키로 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또 전문직 비자쿼터 설정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미측은 전문직종 자격관할기관이 대부분 민간이어서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민간 대 민간이 협의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미국시장에 수요는 있으나 공급이 없는 직종, 우리는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넘치는 직종 간에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 전문직 종사자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대표단은 2차 협상에서 상품양허안 작성을 위해 필요한 양허단계와 이행기간 등 양허안의 기본요소에 합의하고 최초 양허안 교환을 추진하고, 서비스·투자 분야에 대해서는 최초의 유보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2차 협상기간 중 12, 14일에 각각 중간브리핑과 결과브리핑을 통해 협상 상황을 공개하고, 끝난 후에는 결과를 7월 말까지 대외경제장관회의와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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