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검단·파주신도시 발표 이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공급확대로 U턴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지난해 8·31부동산정책때 이미 연간 30만 가구의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신도시 발표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수요억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는 추론 역시 근거없는 것이다. 정부의 공급대책은 공급 이전에 투기억제를 위한 제도정비가 선행해야 한다는 ‘선(先) 제도정비, 후(後) 공급확대’ 라는 수순을 따르는데다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돕는 실질적 공급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공급확대를 외치는 일반적 의미의 ‘공급주의’와는 다르다. 정부는 그동안 8·31대책 등 다양한 대책을 통해 투기억제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된 만큼 예고된 히든카드인 ‘공급확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급확대 카드가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기여하려면 갈수록 높아지는 분양가를 낮추는 실효성있는 대책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투기억제 제도 마련 뒤 공급확대 지난해 8·31정책에서 이미 ‘연간 30만 가구 공급, 매년 공공택지 300만평-5년간 1500만평 확보’라는 공급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히든카드로만 쥐고 있었던 이유는 섣부른 공급확대가 자칫 ‘투기꾼에게 먹이감을 던지는 꼴’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공급확대 이전에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강력한 수요억제정책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졌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보유세 부담을 무겁게 물려 주택 과다보유를 통한 투기유인을 억제하고, 그 짝패로 거래세 부담을 낮춰 거래활성화를 도모했다. 특히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그동안 많은 조세학자들이 주장한 대표적인 조세개혁과제 중 하나였다. 올들어 3·30정책에서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도입, 재건축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수요를 차단했다. 또 부동산실거래가 도입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투명화함으로써 투기로 인한 시장왜곡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는 각종 제도와 장치를 통해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정부가 이번에 히든카드인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 시장불안 확산 사전 차단 아무리 준비된 공급대책이라고 하더라도 관점에 따라 이번 신도시 계획 발표의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신도시계획 발표 과정에서 일부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이는 보완할 문제이지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신도시 건설계획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에 정부가 서둘러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데는 최근 주택 수급공백에 따른 집값 상승 불안감이 빠르게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지난달 추석을 앞두고 불안하게 움직이던 전셋값은 추석을 넘기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 상승세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최근까지 두 달간 집값 상승률은 △서울 3.9% △수도권 5.11%로, 지난 7∼8월에 비해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은평뉴타운, 파주신도시, 판교신도시 등 잇단 고분양가 논란의 영향이 크다. 이들 지역에서 주변시세를 2배 이상 넘어버린 높은 분양가 행진은 한 푼, 두 푼 청약통장을 부으면 머지 않아 싼값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던 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청약으로 싸게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꿈이 흔들리자 관망하던 실수요자들도 서둘러 주택구매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2002년 16만 가구에 달하던 서울의 주택 착공물량이 지난해 5만2000가구로 줄어들면서 향후 주택공급이 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서둘러 기존 주택 구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서둘러 인천 검단·파주신도시 등 3기 신도시 개발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는 이번 신도기 개발로 앞으로 4∼5년간 수도권 택지수급은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 대책 내놓아야 최근 집값 불안 양상에 대해 한 부동산전문가는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쇼크' 등 일부 지역의 고분양가 논란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전문가들은 고분양가로 인해 더 이상 분양주택은 내집이 될 수 없다는 불안감때문에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매매시장으로 몰리고, 중소형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가격이 뛰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장의 패닉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청약통장을 꼭 쥐고 있으면 싼값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단순한 수급논리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실망감과 불안을 달랠 수 없다. 갈수록 치솟는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분양가 인하를 위해 공공택지에서 지어지는 모든 주택에 대해 원가연동제를 확대, 적용했다. 그러나 갈수록 높아지는 택지비 등으로 인해 원가연동제를 통한 분양가 억제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라는 초강수가 과연 실효성있는 대책인지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더라도 사업지연, 천문학적인 보상비 등으로 인해 택지비가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갈수록 길어지는 신도시 택지개발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업기간을 단축하면 개발기간 땅값이 올라 덩달아 보상비가 비싸지고, 이것이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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