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요, 더워서가 아니라 추워서 잠을 설쳤어요.”전국이 찜통 더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여름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원도시 강원도 태백시를 찾은 피서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평균해발이 650m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 태백에선 ‘열대야’와 에어컨을 찾을 수 없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86년 이후 올해까지 20년 넘게 태백에서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기록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올해 여름에도 태백지역은 수은주가 30도를 넘은 날은 단 이틀에 그쳤다. 86년 이후 태백지역의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은 21년 동안 1년에 채 7일도 안 되는 136일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춘천 830일, 원주 821일, 강릉 596일, 동해 238일 등과 비교하면 태백은 열대야는 물론 한여름 불볕더위도 없는 셈이다. 이같이 여름이 시원하다 보니 태백지역 가전제품 대리점들도 아예 가정용 에어컨은 준비해 놓지도 않는다. 삼성전자 태백대리점 김동진(47) 대표는 “업소용 에어컨은 가끔 나가고 있지만 가정용 에어컨은 거의 팔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백지역의 한여름의 ‘시원함’은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 등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추위’로 돌변한다. 한여름 추위 때문에 매일 오후 8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 야외영화장 관람객들은 두툼한 겉옷은 물론 담요를 덮어쓰고 영화를 감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덕분에 태백의 여름은 관광객들은 물론 체육선수들의 발길을 태백으로 이끄는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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