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정부의 부지선정 이후 석 달 남짓 극심한 진통을 거듭하던 원전센터 유치 갈등이 정부-핵폐기장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간 대화 실무기구 구성으로 진정 국면을 맞았다.
이번 대화기구는 사업을 추진하는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선 형국이지만 김종규 부안군수 폭행사건 이후 청와대가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부안 군민들은 그간 전쟁 중에도 없었다는 등교 거부를 비롯해 고속도로 점거, 해상시위, 촛불집회, 산발적 방화와 폭력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생존권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굳이 외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안면도 사태를 상기한다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센터 건설을 위해 체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했어야 했는데도 비민주적이고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으로 시작부터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의 독선적인 강행에 당연히 군민들은 반발했고 자연 대립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수십 명이 사법처리되고 지역 경제가 피폐해지는 등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의 대가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갔고 대화와 절차를 금과옥조로 내세운 참여정부도 쉽게 아물지 않을 생채기를 냈다.
최근 구성된 정부와 핵 대책위간 대화기구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어렵게 출발한 만큼 기대도 크고 또한 해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기구의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우선 그간 깊게 뿌리내린 오해와 불신을 털고 대승적 차원의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아량과 진지하게 접근하는 자세다.
정부는 `주민 동의 없이는 원전센터 사업을 절대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주민들도 `전면 백지화′에 앞서 핵폐기장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담화문을 통해 `국책사업과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핵 대책위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면 백지화′라고 맞서고 있어 해결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번 대화 실무기구가 형식적인 보여주기식의 유명무실한 창구로 전락한다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증폭될 수 있고 원전센터 건설은 요원한 꿈으로 머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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