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노근리 참전 미군으로부터 발포명령에 대한 첫 증언이 나옴으로써 노근리 학살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와 손해배상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미군이 한국인 양민 다수를 학살했다′며 학살사실은 인정했으나 발포명령자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미루어 왔는데, 이번에 사건 당시 미군 제 1기갑사단 7기병연대 2대대 중박격포 중대 상병으로 복무한 조지 얼리씨가 피해주민 서정갑씨에게 ′당시 미군 중대장이 발포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포함된 편지를 보내옴으로써 발포 명령자와 책임소재가 밝혀진 것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지난해 1월 약속한 75만 달러의 장학금 지급과 추모비 건립 등이 1년째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미국 현지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역시 미 국방부가 변호인단이 요구한 참전미군 증언록 공개를 거부해 재판이 벽에 부딪힌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증언을 계기로 노근리 학살의 진상규명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진상규명을 회피하지 말고 이번 증언을 계기로 노근리 사건을 재조사하고, 피해주민들에게 공식사과와 손해 배상을 해야 하며, 희생자를 위한 조건없는 추모비 건립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노근리 양민학살을 인정한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사태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은 미국 정부의 무책임과 오만함에도 이유가 있지만, 미국 정부를 상대로 당당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굴종적인 태도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노근리 학살을 노근리의 살아남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민족의 문제요 역사의 문제로 인식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진상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탁재정 기자 jung@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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